사랑의 모진 운명 6-2

김 검사가 사무실에 출근하자 난리가 났다. 검찰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검사님! 어제 술집에서 성추행을 했다면서요? 어떻게 된 겁니까?”

“전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던 중 여자 손님과 좁은 통로에서 비켜나오던 중 약간의 신체접촉이 있었는데, 여자가 오해를 하여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경찰 말로는 검사님이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술에 취한 척하면서 강제추행을 하였다고 하던대요? 누구 말이 사실입니까?”

“정식으로 강제추행죄로 형사입건은 된 겁니까?”

경찰에서는 이미 기자들에게 김 검사 사건을 알린 모양이었다. 기사 내용은, ‘OO지방검찰청 A 검사가 술집에서 여자 손님의 몸을 만져서 강제추행을 한 사실로 경찰서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풀려나왔다.’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에서는 김 검사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는 기사도 덧붙여졌다.

사랑의 모진 운명 6-3

김 검사는 기가 막혔다. 정말 자신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 술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좁은 통로에서 여자 손님과 비켜나오려고 하던 중 술기운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여자 엉덩이쪽으로 손이 닿았을 뿐이었다.

여자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손을 뗐기 때문에 여자가 크게 문제 삼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의 엉덩이를 만져서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고, 그 때문에 억울하게 뒤집어 쓰게 된 일이었다.

이처럼 여자의 일방적인 진술과 주장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하지도 않고, 경찰에서는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공표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이었다. 분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김 검사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할 때는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도 언론에도 메주알고주알 까발리고, 공표를 해서 사실상 범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중에 재판에 넘어가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받아도 그렇고,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단 언론에 죄인으로 낙인이 찍힌 다음에는 그 추락한 명예를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당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김 검사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김 검사는 경찰관의 이런 행위가 어떤 죄에 해당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사랑의 모진 운명 6-4

형법에는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죄가 있다. 형법 제126조에 규정되어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무죄추정의 법칙이 있고, 아직 재판에 회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검사가 성추행을 했다는 식으로 언론보도를 하면 이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보도가 피의사실공표죄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된 예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요새 같은 세상에서는 현직 검사라고 해도 물의를 일으키면 갑의 입장이 아니라 을의 입장이 된다. 김 검사는 정말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자 아무도 김 검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검사장까지도 그랬다. 김 검사가 억울하다고 해도, 일을 저질러 놓고 무슨 변명이냐는 식이었다. 가깝게 지내던 검찰청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이제 검사로서는 끝이다.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를 건드렸으니까 경찰 조사를 받았지, 아무렴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일반인이 현직 검사와 같은 높은 분을 허위고소를 했겠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 검사가 그동안 열심히 수사를 하고, 고급 술집에도 다니지 않고, 서민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기자들은 ‘ 검사가 아주 위선자고 가식적인 저급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김 검사는 대검찰청 감찰조사도 받았다. 그곳에서도 똑 같은 주장을 하고 진술을 했지만, 감찰 담당자 역시 김 검사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김 검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대검찰청에서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김 검사의 사표를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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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⑪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매우 개별적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똑 같은 공식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박 사장과 한정식 식당 주인인 최 사장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박 사장은 유부남이며 법률상 배우자기 있다. 자녀도 있다. 최 사장은 이별한 이혼녀다. 이혼녀라는 명칭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혼한 여자를 이혼녀라고 부른다. 이혼녀는 법률상 명칭은 아니다. 법에는 이혼녀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이혼이라는 법률용어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혼녀는 ‘이혼한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혼녀에 상응하는 용어가 이혼남이다. 최 사장은 이혼녀로서 자녀를 한 명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부남과 이혼녀가 중간에 어떤 사람의 소개를 받고 만나서 연애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성관계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법률상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이며, 그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먼저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박 사장과 최 사장은 남자와 여자로 만났다. 이성으로 만났고, 두 사람은 시간이 가면서 성관계까지 할 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그렇다고 명시적으로 ‘앞으로 우리는 성관계를 하자.’고 합의하거나 약속한 것은 아니다. 역학자가 두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서로 남녀 사이로 잘 지내고 연애를 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두 사람이 그에 동의했기 때문에 만남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성관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에 대한 대가나 보수, 조건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아직 합의된 적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하는 성관계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아니면 앞으로 사귀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사안에서 박 사장의 경우는 자신의 처와 이혼할 의사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필적 의사는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처와 별로 애정이 없기 때문에 만일 최 사장과 사귀면서 잘 맞으면 처와 이혼하고 같이 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런 의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최 사장을 만난 것이다.

 

그러면 최 사장은 첩의 지위로 만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첩은 우리 법이 중혼(重婚)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처가 있는 유부남이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고 그 여자를 정식의 처로 생각하고, 법률상 처는 무시한다고 해도 혼인신고를 이중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합의하여 첩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아직 여기에서 박 사장과 최 사장이 첩관계를 서로 상의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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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⑨

 

박 사장은 결국 그 유명한 역학자의 말을 듣기로 했다. 역학자는 몇 달 후에 어떤 여자를 소개해 주었다. 시내에서 작은 한정식 식당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역학자는 박 사장이 돈이 많은 사업가이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으로 박 사장이 돈만 벌고 삭막하게 사는 것보다는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성관계도 하면서 사업을 하면 무병장수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아예 자신이 알고 있는 여자까지 박 사장에게 소개를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함으로써 역학자는 박 사장에게서 돈도 받았다. 사주관상을 봐주고, 여자까지 소개해 준 대가였다. 역학자는 여자에게는 박 사장이 돈이 많고 좋은 사람이니까 만나서 연애를 하고 잘 지내면 돈도 얻을 수 있고,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역학자가 보니까 박 사장과 그 여자가 궁합도 잘 맞고,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자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라고 예언했다. 그래서 여자도 전부터 식당에서 자주 봐서 역학자가 서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따라서 박 사장과 사귀어 보려고 마음 먹었다.

 

어느 날 박 사장은 여자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으로 가서 역학자와 함께 여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내가 볼 때 아주 여러 가지가 잘 맞아요. 그러니까 나를 믿고 서로 잘 지내요.”

“예.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 사장은 여자의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성격도 조용하고, 여성스러웠다.

 

“그리고 박 사장님은 돈 벌었다가 죽을 때 지고 가는 게 아니니까, 이 사람에게 돈을 아끼지 말고 잘 해줘요. 정말 괜찮은 여자예요.”

“예, 선생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받은 다음 박 사장은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에 와서 손님들을 만났다. 가급적 이집에서 매상을 올려주려고 했다. 일부러 비싼 음식을 시키고 술도 많이 주문했다. 어차피 손님 접대를 해야 했기에 겸사겸사해서 그곳에 가서 대접도 하고, 여자를 자주 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너무 속궁합이 맞는 것을 느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잘 맞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급속도로 진도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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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⑧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계속해서 똑 같은 생활비를 받아 쓰고 있다. 남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것이 발단이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나빠졌다.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와 같은 젊은 사람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꼴통이 된다.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애인에게는 매우 짠 편이다. 그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 남자는 55세가 될 때까지 오직 돈만 벌고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돈 버는 일,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유명한 역학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역학하는 사람은 박 사장을 보고 관상과 사주를 보아주었다.

 

“사장님은 지금까지 돈만 벌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어요. 너무 불쌍해요. 그런데 사주 관상을 보니 남자로서 기가 너무 넘쳐요. 그대로 살다가는 기가 넘쳐서 제명에 못살아요. 그러니 그 기를 눌러주어야 해요. 여자를 만나서 음양의 조화로 기를 눌러주어요.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거예요. 내 말을 들으세요.”

 

박 사장은 원래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었다. 자신이 혼자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사업도 성공했다. 직원들도 잘 다루었다.

 

그런데 워낙 유명한 역학자가 그런 말을 하니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학자는 주로 재벌회장이나 연예인의 사주 역학을 보아주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역학자 자신도 벤츠를 타고 기사를 두고 다녔다. 서울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장님은 제 말을 들으세요. 전에도 제 말을 듣지 않던 이 회장님은 결국 암에 결려 세상을 떠났어요. 그 많은 재산을 남겨놓고 얼마나 억울해요. 내 말을 들었으면 오래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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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⑦

 

한국 사람 정서에는 아직도 불합리한 사고와 의식이 많이 남아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할 때는 남자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40대 아니 50대가 넘으면 남자가 거의 대부분 비용을 낸다. 그리고 연애를 해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자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다르다. 결혼하면 네것 내것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외도 많다. 점점 예외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경우 자연스럽게 Dutch Pay를 한다. 아주 보기에 좋다. 서로에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센터에서 중개를 하여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경우에도 Dutch Pay를 하거나, 여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여자측 부모형제들은 약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또 이런 경우에는 결혼이 성사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세상은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가듯이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다. 그런데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 성문화, 성풍속은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였다. 맞벌이라는 표현도 촌스럽다.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다 보니 계속해서 부부가 직장에 다니는 것이지 꼭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은 중매로 결혼했다. 그런데 같이 생활비를 똑 같이 내고 관리는 여자에게 맡겼다. 그런데 두 사람은 아침은 빵 같은 것으로 간단히 하고, 점심은 밖에서 각자 먹고, 저녁도 절반 정도만 집에서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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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⑥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공무원이 애인을 두었다. 그 공무원은 유부남이었고, 애인은 말하자면 첩 비슷한 관계였다. 미혼의 여자로서 유부남인 공무원과 연애를 한 것이었다.

 

세상에서는 이런 관계를 내연관계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연관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남자와 여자 사이를 획일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하는 관계는, ① 정식으로 법률상 혼인신고를 하고 섹스를 하는 경우, ② 사실상 부부로 살면서 다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섹스를 하는 경우, ③ 결혼할 의사는 없이 그냥 섹스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경우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성매매의 경우나, 클럽에서 만나 원나이트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강간이나 준간강의 경우도 있다. 미혼의 남녀가 그냥 섹스파트너로 관계를 유지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은 뇌물을 받으면 돈관리를 애인을 시켰다. 애인 통장에 넣어두었다. 말하자면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뇌물을 받을 때 처음부터 업자로 하여금 애인 통장으로 직접 송금하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공무원은 애인과 수시로 만나 섹스를 했다. 가끔 용돈을 주고 선물을 사주었다.

 

하지만, 공무원은 월급도 적지 않게 받았고, 뇌물도 많이 먹었지만 원래 구두쇠였다. 여자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다. 선물도 비싼 것은 사주지 않았다.

 

여자는 시간이 갈수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고, 첩으로서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섹스만 하고 약간의 돈을 주니 자신이 여자로서 이용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남자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는 많다. 결혼해서 남편으로부터 돈을 받아 쓰는 경우, 애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쓰는 경우, 아니면 성매매를 해서 돈을 받는 경우, 꽃뱀으로서 공갈을 쳐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매우 치사한 생각이 든다.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 만남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만나 섹스를 하면 억울한 생각이 든다. 같이 즐긴다기 보다는 남자를 위해서 섹스를 해준다는 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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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⑤

 

“남자가 끝내 헤어지자고 하면 방법이 없지 않아요?” 경희는 여자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마디 했다. 별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근데 너무 억울해요. 그 남자 때문에 아이도 한번 지웠어요. 그래서 몸도 안 좋아졌고, 같은 직장에 있는 다른 여자에게 남자를 빼앗긴 것도 분하고. 그냥 포기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직장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같은 직장의 다른 여자에게 애인을 빼앗기면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도 잊어버려야지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굳이 강압적으로 붙잡아봤자 결혼할 수도 없을 거고. 안 그래요?”

 

“저도 알아요. 지금 와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걸. 그래도 제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자와 새 애인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복수는 쉽지 않다. 무슨 방법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걸까?

 

가끔 주위를 보면 배신 당한 사람들이 연인에 대해서 복수를 꿈꾼다. 사회적으로 체면이 있는 사람 같으면 직장을 찾아가 큰소리로 떠들고 난리를 쳐서 망신을 주려고 한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아니면 직장에 투서를 한다. 그 사람의 비행에 대해 진정서를 내기도 하고, 사생활이 복잡하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내용으로 써서 낸다. 상급자를 찾아가서 호소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모두 옛날 방식으로 오늘 날에는 별로 효과도 없고, 통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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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④

 

“오늘 너무 속이 상해요. 그래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거예요.”

“왜 그렇게 속이 상해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괜찮아요?”

“제 남자 친구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헤어지자고 해요.”

“왜요?”

“남자 친구의 새로 생긴 애인이 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라고 했대요. 그래서 남자 친구가 저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예요?”

 

경희는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 여자의 말을 들어도 별로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가 뭐 그렇게 심각한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지 아는가?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리석게 괴로워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여자는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파트너가 바뀌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었다.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적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닌데, 미혼의 남녀가 헤어지는 문제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잠시 술기운에 잊고 있었던 경희의 처지가 다시 그 여자의 말 때문에 클로즈업되었다. ‘아! 남녀간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나도 처음부터 남편하고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결혼했어도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일단 결혼했으면, 참고 살 것을...’

 

사랑이 괴로운 것은 본질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무조건 행복만 보장되는 사랑은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처음에 얻는 과정도 고통스럽고, 일단 얻어진 다음에도 수시로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이 반복된다. 더군다나 그 사랑이 시간이 가면서 흔들거리고, 제3자가 개입되면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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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③

 

경희는 식당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 따라 술이 취했다. 취기가 돌자 술을 더 시켰다. 어떤 의미에서는 술에 취하고 싶었다. 술에 취해서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자리를 떠났다. 몇 테이블 밖에 손님이 없었다. 어쨌든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밤을 새울 수는 없었다. 피곤해서 모텔에 가서 잠을 잘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고도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모텔이라니! 아까 낮에 자신의 운명을 뒤바꾸게 만든 그 악몽은 바로 모텔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 모텔은 생각만 해도 정이 떨어졌다.

 

술을 마시고 멍하니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젊은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잠깐 같이 앉아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경희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인상이 착해보였다.

 

여자는 경희와 같이 앉아 자신의 남자 친구가 배신을 해서 슬프다는 말을 꺼냈다. 경희는 무슨 말인지 듣고 싶었다. 여자는 28살이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같은 직장에서 만난 남자와 1년 넘게 연인으로 지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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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⑱

 

철수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경희와 이혼을 해야 할까? 별거를 할까? 아니면 아이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할까? 이제는 도저히 예전처럼 한집에서 부부라고 하면서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방에서 경희와 애인인 영식이 함께 섹스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절대로 용납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철수가 경희에 대해 ‘더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매우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다.

 

경희가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섹스를 했다고 해서 경희 자신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다. 경희는 영식과 바람을 피기 전이나 바람을 핀 후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육체적인 면에서도 없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없다. 경희가 더러워졌다거나, 더럽게 느껴진다는 것은 오직 배우자인 철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까?

 

이것이 사랑에 있어 중대한 모순이고 아이로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비슷하다. 유명한 배우가 결혼하고서도 수많은 염문을 뿌려도 그 연예인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그 배우의 배우자만 그 연예인을 인간같지 않고, 더러운 인간이며, 위선자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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