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3)

 

“아니, 그런 게 다 있어? 그럼 왜 어린 여자들은 자신의 나체사진을 그런 사이트에 올려놓는 거야?”

“그등학생 같은 어린 여자 아이들은 세상을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이 어린 여자 아이들을 아르바이트를 시킨다고 돈을 조금 주고 자신의 나체사진이나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진을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텔레그램에 올리도록 한 다음, 여자의 신상을 털어서 공개한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성노예처럼 학대하고, 그러한 동영상을 돈을 받고 유포시켰던 거야.”

 

“정말 나쁜 인간들이네! 그런 인간들은 징역을 얼마쯤 산대?”

“그건 모르지.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운영했던 사람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전국민이 난리를 치고 있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악질적인 사이버성착취범죄를 특별수사해서 엄벌하라고 했대. 그래서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정신 차리고 특별단속하고 무겁게 처벌할 모양이야. 한심한 사람들이지. 그 어린 미성년자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딸이었다고 생각해 봐. 지금까지 가만 있었겠어?”

 

“그런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범죄는 me too 운동과는 다른 거야?”

“me too 운동은 주로 고위공직자나 유명연예인, 대학 교수, 시인이나 소설가, 가수,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해서 성추행을 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을 하는 사람들의 권력형 성범죄를 노출시켜 처벌하자는 것이야. 그런데 이번 n번방은 아주 나이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신상을 공개해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악마들이 노예처럼 성적 학대를 가하고, 전세계적으로 성착취동영상을 유포하고, 그로 인해 돈을 번 거야. 죄질 자체가 아주 달라.”

 

친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스텔라는 자신의 남자 친구인 정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도 이번 n번방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도 인간이 아니라, 양의 탈을 쓴 악마인 것이다. 스텔라는 지금 악마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확은 n번방 운영자를 도와서 어린 여성 피해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운영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정확도 n번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서 성착취동영상을 계속해서 다운받아 보관하면서 수시로 보았다. 그러한 동영상은 정말 가학적이었고, 너무 지저분했다. 보기에 역겹고 구역질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확은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니까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런 동영상에 중독이 되었고, 성적 취향도 달라졌다. 정상적인 성관계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스텔라와 관계를 하면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어린 미성년자와 관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심지어는 동성애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n번방 사건이 크게 터져 수사망이 좁혀와서 곧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징역을 가게 된 것이었다. 변호사 비용이 급했는데, 마침 애인으로 지내는 스텔라에게 강간피해자로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생긴 것을 알고, 정말 하나님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도우시는구나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더군다나 강간 당한 현장에서 정확 자신이 범인을 잡았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강간범인은 돈이 있어 보이는 술집 사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적게 받아도 최소한 3천만원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스텔라에게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애인인 자신에게 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뒤집고, 스텔라가 나이 먹은 나쁜 사람에게 강간 당한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강간범을 동정해서 적은 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을 뿐 아니라, 스텔라를 헤픈 여자로 생각하고 이번에 합의금을 받아서 자신이 변호사비용으로 급한 불을 끄면 스텔라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정확은 답답해서 스텔라를 만났다.

 

“스텔라야! 정말 사랑해. 네가 그놈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어. 내가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너도 그놈에게 당한 일을 잊어버려. 그리고 우리 새출발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합의금 받고 끝내버리자. 그리고 나도 몹시 급해졌어. 내일 경찰서에 들어가야 해. 변호사는 오늘 중으로 3천만원을 입금시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그 변호사는 내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통보해왔어. 제발 나를 도와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내가 꼭 갚을 게.”

 

스텔라는 이미 정확의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갑자기 정확이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소름이 끼쳤다. 음성도 전과 달리 악마의 음성이었다. 목소리가 맑지 못하고, 무언가 탁음이 밑에 깔려있었다. 목에 생선 가시가 박혀 빼내지지 않아 죽어가는 악마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베이스에 깔려있었다. 눈빛은 어린 노예를 음탕한 눈으로 쏘아보며, 채찍질을 가하면서 그늘 아래에 비스듬히 누워 빠른 속도로 자위를 하고 있는 동물의 눈빛이었다. 스텔라에게 정확은 지금 사람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나는 이번 사건에서 나도 잘못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술집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졌어요. 절대로 받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내 사건에 관여하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관계도 여기에서 끝내도록 해요. 모든 것이 싫어졌어요.”

 

“아니! 무엇 때문에 그래? 지금 내 사건은 아무 것도 아니야. 언론에서 가짜뉴스로 너무 떠들어서 그래. 그리고 나는 법을 몰라서 그냥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있어. 나는 스텔라만 사랑하고, 스텔라와 평생을 같이 가려고 마음먹었어. 그러니까 그런 오해 하지 말고, 이번만 내 말 듣고, 나를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경찰조사를 피해 잠수를 탔다가 정 힘들면 자살하려고 해.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겠지만, 내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면, 그때에는 스텔라도 나를 따를 것으로 믿어. 정말 사랑해.”

 

스텔라는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정확은 만일 일이 잘못되면 자살을 할 것이고, 그때 스텔라와 동반자살하자는 협박이었다. 스텔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자리를 떠났다.

 

정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텔라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쏘아보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눈빛이 스텔라의 히프를 뚫고 음부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스텔라는 그것을 육감으로 느꼈다. 자신의 성기가 악마의 눈빛에 의해 더렵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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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3)

 

복자는 미칠 것만 같았다. 술집은 문을 닫아놓고, 복자는 매일 면회를 다녔다. 면회를 가면 국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안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 국홍은 술집에서 스텔라와 그짓을 했다는 것이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짧은 순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텔라의 치마는 걷어올리고 팬티를 국홍이 벗겼는지, 아니면 스텔라가 자진애서 벗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사정을 한 사실도 명확하지 않았다.

 

스텔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스텔라도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행위나 행동에 대해 잘 분별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 술에 취하면 사람들의 행동은 대체로 그렇다.

 

복자는 화가 무척 나기도 했지만, 평소 국홍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측은하고 불쌍했다. ‘지금 저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까?

 

구속되어 있는 것 자체가 그렇게 힘이 들테도, 또한 술집도 문을 닫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얼마나 힘이 들고, 죽고 싶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복자는 더 이상 국홍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사건에 대해 상담을 하고, 진행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든 변호사는 복자를 직접 만나주지 않았다.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복자를 만나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말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변호사님이 판사와 검사와 아주 친해요. 틀림없이 빼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세요.“ ”우리 아빠는 언제나 나올 수 있어요? 미치겠어요.“

 

글쎄요. 워낙 강간죄가 무거운 범죄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변호사님이 형사전문변호사이고 사람 석방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이 있어서 곧 나올 거예요.“

 

모든 게 엉터리였다. 강간죄를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때 참석해서 몇 마디 한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사무장은 더욱 내용도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말만 무책임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국홍에 대한 접견도 가지 않고 있었다. 구속적부심으로 빼낸다고 큰소리쳐놓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았다. 복자는 구속적부심이 무엇인지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국홍은 검사가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복자에게 잘못하면 징역을 많이 살 위험성이 있으니, 빨리 피해자와 합의해 오라고 했다. 복자는 스텔라를 만났다. 복자에게 사정을 했다.

 

복자는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복자는 남자 친구인 정확을 만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잘 되었어. 합의금으로 3천만원을 받아. 마침 내가 지금 당장 3천만원이 필요한 상태야. 그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한달만 빌려줘. 한달 후에 내가 이자를 붙여서 4천만원을 줄테니까.“

 

한 동안은 정확은 스텔라가 강간이든, 화간이든, 자신과 성관계를 계속 하다가 다른 놈과 붙어먹었다고 연락을 끊고 있었다. 스텔라가 전화를 해도 시쿤둥했다. ”그 사람들이 3천만원을 줄 것 같지는 않아. 술집 사장도 고아출신이고, 그 부인도 같은 고아원 출신이래.“

 

스텔라야. 그건 그렇지 않아. 요새 법이 엄해져서 강간죄는 무조건 징역을 몇 년 사는 거야. 그 사람들 비록 고아출신이지만, 술집을 잘 하고 있잖아? 징역을 3년 산다고 해봐. 36개월인데, 한달에 3백만원만 잡아도 36개월이면 18백만원이야. 벌금 못내면, 하루에 벌금 10만원씩 계산해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야 돼.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이 징역을 3년간 살겠어? 하루에 10만원씩 계산하면 최하 18백만원인데, 우리가 크게 깎아줘서 3천만원만 부르면 내 생각에는 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이체할 거야. 두고 봐.”

 

하지만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술 취해서 잠깐 한 건데, 그리고 내가 처녀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술병으로 이마를 까서 피가 많이 났어요. 그냥 5백만원만 받고 합의할까봐.”


아니, 지금 미쳤어? 이왕 당한 거, 단단히 배상을 받아야 해. 그래야 그 사람도 두 번 다시 강간을 안 할 거야. 그리고 지금 뭐라고 그랬어? 네가 처녀 아니어서 이놈 저놈이 위에 올라와서 해도 좋다는 말이야?” 정확은 갑자기 스텔라의 뺨을 때렸다. 스텔라는 화가 나서 곧 바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12시에 정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를 내서. 미안해, 그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화를 풀어. 그런데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빌려줘. 사실은 내가 급한 일이 생겼어. 나를 도와줘.” “무슨 일이 생겼어?” “응 사실은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n번방 텔레그램사건에 내가 연루되었어. 경찰에서 나에게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

 

그게 무슨 일인데? 그리고 변호사 비용이 얼마인데?” “내 사건은 설명해도 너는 알 수 없어. 그리고 나는 억울하게 엮여서 잘못하면 구속될 수 있어. 그런데 최근에 개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틀림없이 나를 불구속해줄 자신이 있대. 변호사 비용은 전과예우 때문에 착수금으로 33백만원이 필요하대. 그러니까 스텔라가 나를 살려주는 셈 치고, 빨리 합의금 받아서 빌려줘. 사랑해.”

 

몹시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애원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스텔라는 세상을 잘 아는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n번방 텔레그램 사건이 뭐야?” “, 너는 그것도 모르고 있어. 그건 인터넷으로 텔레그램이란 이상한 사이트를 이용해서 어린 여자의 얼굴 나오는 나체사진을 올려놓고 돈을 내고 가입한 유료회원들에게 동영상을 보내주는 아주 악질적인 인간 말종들이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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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1)

 

한편 국홍의 부인 복자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무래도 남편의 신상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복자는 일년 전에 교회를 처음 나갔다. 나이 20살 때 교회를 다니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하나님이 없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당시 복자에게는 세상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세상이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만 탐하고, 어느 정도 정욕을 충족하면 버렸다. 동물만도 못한 존재였다. 주변에 여자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잘난 척이나 했다.

 

자랑이나 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였다. 복자는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당하고, 저렇게 당하고, 이 사람에게 무시 당하고, 저 사람에게 무시 당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 하나님은 없다는 결론을 확실하게 내렸다.

 

그러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부모님께 기도했다. 소원을 빌었다. 옛날 할머니나 어머니가 새벽에 정화수(井華水)<수돗물이나 생수가 아닌 우물물을 길어서 떠놓은 것이다>를 깨끗한 그릇에 떠놓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간절히 소원을 빌던 것처럼 아침 일찍, 그리고 밤 늦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면서 가끔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계시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어요. 저는 비록 혼자지만 늘 부모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부모님께 실망드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멀리 계시지만,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소원을 빌었다.

 

복자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께 소원을 빌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머니도 만나게 되었고, 살면서 크게 망가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살다가 복자는 국홍과 결혼하고 나서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어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지나간 세월을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앞으로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이런 복자에게 국홍은 어제 밤부터 퇴근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복자는 술집으로 가보았다. 아침 8시에 술집에 들어가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테이블에 술병과 안주가 널려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쇼파도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술집이란 영업을 할 때에는 에어콘을 켜놓아서 그렇지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가 들어가면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고, 절대로 들어가서 술을 마실 기분이 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러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냄새는 감수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 도중이나, 술에 취해서 나올 때까지도 그런 쾌쾌하고 기분 나쁜 냄새는 술로 인해 업되는 분위기 때문에 상쇄된다. 하지만 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은 지옥이지 천국은 절대 아니다.

 

그것은 이런 것과 비슷하다. 남자와 여자가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가서 그짓을 한다. 모텔방 냄새는 어딘지 모르게 쾌쾌하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배어 있고, 오징어냄새가 난다. 매우 동물적인 냄새를 감수하고 모텔에 들어가서 정사를 벌인다.

 

그것은 오직 정사를 위해서 잠시 은밀한 공간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향기롭지 않아도 감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만일 모텔에서 정사를 끝내고 바로 나오지 않고, 계속 잠을 자다가 아침에 나오게 되면 햇빛 때문에 남자와 여자의 보기 흉한 몸뚱아리가 눈에 들어오고, 화장을 지운 민낯이 보이고, 쭈굴쭈굴한 피부와 주름살, 검버섯 등이 부각되면 정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탁한 공기, 술이나 담배 냄새, 정액 냄새, 흐트러진 클리넥스 휴지, 사용한 타월, 구겨진 이불 등을 보고 맡게 되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껴안고 사랑을 나누었는가? 우리가 밤새 울부짓던 신음소리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생식의 본능인가, 퇴폐적인 쾌락이었던가?’

 

복자는 놀랐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복자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울면서 하소연했다. 경찰서에서는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서 그런지, 복자에게 곧 바로 연락이 왔다.

 

“남편께서는 현재 OO 경찰서에 있습니다. 경찰서로 가보십시오.” 복자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경찰서라니! 어제 밤 술집에서 손님들과 싸움을 한 모양이구나!’ 복자는 아직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라 거동하기도 힘이 들었지만, 곧 바로 경찰서로 갔다. 그곳에 국홍이 붙잡혀있었다.

 

“아니! 여보, 이게 어쩐 일이예요? 싸움을 한 거예요. 많이 맞았네요. 빨리 병원에 가야지, 왜 여기에 있어요?”

 

국홍은 할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강간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구속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토록 사랑하고 있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부인에게 지금 이처럼 비참하고 추락한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이 들었다.

 

복자는 경찰관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경찰관은 복자에게 아무래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 같으니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라고 조언해주었다. 복자는 밖으로 나와 급하게 변호사를 찾았다. 법원 앞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몇 군데 들렀다.

 

난생 처음 만나는 변호사와 사무장들은 정말 냉정하게 생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아주 차가운 냉혈동물이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것같았다. “강간사건은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힘들거예요. 빨리 합의를 해야 됩니다.”가 대부분의 답변이었다. 모두가 남의 일이었다. 자세한 설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와 계약서를 쓰고, 돈을 내야 비로소 경찰서로 가서 피의자인 국홍을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복자가 만나본 변호사들은 모두 신뢰가 가지 않았다. 돈만 받아먹고 열심히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복자는 마음에는 썩 들지 않지만, 어떤 나이 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 변호사는 틀림없이 불구속으로 해주겠다고 하면서 착수금으로 500만원을 내라고 했다. 부가가치세 50만원은 별도라고 했다. 신용카드도 가능하다고 해서 복자는 당장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긁었다. 정말 큰돈이었다. 너무 아까웠다.

 

복자는 남편과 술집에 필요한 식부자재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러, 대형마트, 수산물시장, 농산물시장, 재래시장을 무수히 다녔다. 돈이 아까워서 택시는 거의 타지 못했다. 옷도 동대문시장에 가서 주로 사입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의 순간적인 실수로 한꺼번에 550만원을 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남편이 미웠다. 그리고 복자의 운명이 미웠다. 복자와 남편을 돌봐주지 않는 하나님도 서운했다. 모든 것이 싫었다. 그냥 약을 먹고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누구와 상의할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성범죄사건을 누구와 상의한단 말인가? 세상은 이럴 때 가장 외롭고 고독하다. 인간이 혼자라는 진리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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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0)

 

경찰서 담당 조사관은 처음부터 3자 대질조사를 시작했다. 일단 국홍만 피의자로 간주하고 조사를 했다.

“최스텔라 씨는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말해보세요.”

 

“예. 저는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술집에 출근했어요. 하루하루 출근해서 시간급으로 계산해서 일을 하기로 하고, 술집에서 홀에서 서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손님 일행이 세명이었는데, 테이블에 저를 앉으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손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술을 따르라고 해서 술을 따라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술을 마시라고 해서 맥주 세잔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손님이 들어오기에 테이블에서 일어나려고 했더니, 제 옆에 앉아 있던 남자 손님이 제 팔을 붙잡고 못일어서게 하면서 다시 테이블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제 치마 위로 가운데 부위에 그 손님이 손을 올려놓고 누르기에 기분이 나빠서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랬더니 그 손님은 갑자기 저에게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욕을 하면서 술병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이 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갑자기 뺨을 서너 차례 세게 때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멍이 들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당시 술집 사장님은 밖에 나가 있다가 손님들이 행패를 부린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돌아왔는데, 다른 종업원들이 사고 경위를 설명해주었더니, 그 사람들이 오래 된 단골손님들이고,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사람들인데, 큰일 났다고 하면서 무척 속상해 했습니다. 저도 그런 사장님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은 저에게는 별로 탓하거나 잘못했다고 하는 말을 일체 하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업이 끝날 시간에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저는 미안해서 끝까지 남아 사장님 퇴근할 때까지 있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어떤 문제가 생겼나요?”

“사장님은 속이 상해서 저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했고, 저도 미안한 마음에서 사장님과 단 둘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술이 취해서 그랬는지, 갑자기 저를 만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을 밀쳤더니 사장님은 저를 쇼파에 강제로 눕히고 내의를 벗긴 다음 그짓을 했습니다.”

 

옆에서 조사내용을 듣고 있던 정확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국홍을 때리려고 했다.

“이런 나쁜 놈! 당신이 강제로 했다는 말이지!”

조사관은 정확을 말리며, 잠깐 조사실에서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조사관은 국홍에게 물었다.

 

“지금 이 여자가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인가요?”

“아닙니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강제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 여자가 동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말인가요?”

“동의를 했다는 말이 아니라, 당시 둘이서 술을 마시다가 제가 이 여자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여자를 손으로 만졌는데도 별로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자의 가슴을 만지고, 자연스럽게 쇼파에서 성관계를 시도했는데, 여자가 별로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간단하게 관계를 하고 끝을 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성관계 도중에 더 하고 싶었는지, 저를 껴안고 제가 빨리 끝내자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쨌든 젊은 아가씨와 관계를 했기 때문에 차비를 하라고 현금 20만원을 주었습니다. 아가씨는 고맙다고 하면서 돈을 받았고, 저를 원망하거나 문제삼을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 남자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와 싸움이 되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국홍과 스텔라의 진술이 100% 상반되자, 수사관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스텔라 씨는 이 남자의 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사장님이 제 옆으로 자리를 옮겨 저를 만지고 있을 때부터 저는 하지 말라고 거부했습니다. 그런데도 사장님은 저를 쇼파에 눕히고, 강제로 했습니다. 다만, 저는 죽기살기로 반항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술에 취한 상태였고, 사장님이 저를때리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반항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텔라 씨는 강압적으로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요?”

“아니지요. 제가 적극적으로 반항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하지 말라는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첫출근은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로서 무엇 때문에 나이 먹은 사장님과 그짓을 좋아서 승낙하고 했겠습니까?”

 

“피해자는 이 사람의 처벌을 원하는가요?”

“물론입니다.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관은 국홍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스텔라가 진술하는대로 조서를 작성했다. 그런 다음, 정확을 불러서 서로 싸운 경위를 조사했다. 정확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강간했기 때문에 화가 나서 폭행을 한 것이고,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했다. 국홍은 정확이 갑자기 술집으로 와서 여자 친구가 강간 당한 것으로 오해를 하면서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기 때문에 같이 싸우게 된 것이며, 국홍은 술에 많이 취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일방적으로 많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정확을 상해죄로 처벌해달라고 진술했다.

 

조사를 다 마치니, 새벽 5시가 다 되었다. 경찰은 스텔라와 정확은 일단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국홍은 경찰서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대기실에서 핸드폰을 보니, 집에서 수많은 전화가 부재중으로 와있었다. 그리고 부인 복자가 많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당신 왜 그래?” “왜 전화도 안 받고, 밖에서 뭐하고 있어?”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거지? 세상에 이럴 수 있어? 내가 몸이 아픈 걸 알면서도 밖에서 외박을 해?” 이런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국홍은 술이 깨면서 아차 싶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내가 곧 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닐까? 조사관이 내가 말하는 것을 믿어주는 것처럼 보였는데, 잘 하면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여자와 남자 친구는 돌려보내고 나만, 붙잡아놓은 것은 아무래도 나를 구속하려는 것 아닐까?’

 

국홍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에서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는 아내의 불쌍한 얼굴이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복자는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하나만을 믿고 살고 있는데, 만일 복자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복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똑 같이 고아로서 같은 고아원에서 고생을 하면서 외롭게 살았다. 하지만 두사람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험한 세상을 헤쳐나왔다. 그리고 서로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

 

또한 이제 술집이 손님도 많아졌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서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막 행복이라는 작은 새가 품안에 들어왔는데, 이럴 때 국홍이 술을 마시고 순간적인 실수를 해서, 복자의 가슴에 못을 박고, 모든 행복이 산산조각 날 상황이 되었다. 국홍은 죽고 싶었다.

 

경찰서 대기실 벽에 머리를 세게 박아서 뇌진탕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만일 거꾸로 복자가 국홍을 두고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아마 국홍은 복자를 죽였을 것이었다. 국홍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말똥같은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상하게 눈물이 무척 뜨거웠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국홍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밖으로 도망갈 궁리를 했다. 하지만 화장실까지 경찰관이 따라오고 있었다.

 

도망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끔 영화에서 보았던 교도소 탈주범이나, 호송차를 타고 가다가 집단탈출할 사건을 뉴스에서 보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경찰서에 붙잡혀 있으니, 비록 수갑을 차거나 포승줄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니었어도 건장한 경찰관을 따돌리고 경찰서 밖으로 도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설 속의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경찰관님! 저는 언제 집에 갈 수 있나요? 집사람 걱정 되어서 미치겠어요? 저는 구속되는 건가요?”

“글쎄요. 우리는 조사만 했지, 구속 여부는 검찰청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일단 기다려봐요.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런데 걱정되면 부인에게 전화로 연락하지 그래요?”

 

경찰관은 남의 일이라 매우 담담한 표정으로 건조하게 대답했다. 국홍은 정말 강간죄로 구속되고, 아내가 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술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라가버린 것이었다.

 

마치 일본 관동지방에서 2011년 3월 발생했던대규모 강진에 쓰나미 때문에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처럼, 국홍과 복자, 술집은 어제 밤 한 순간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나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둥지는 나뭇가지에서 아래로 추락해서 박살이 난 것이었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조사관이 지나가는 말로 말해주었지만, 당시 국혼은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조사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도, 글자색깔이 까많고, 조서는 하얗다는 것만 떠오를 뿐 조서 내용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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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9)

 

아르바이트생인 스텔라 최(여, 23세, 가명)는 먼저 술집에서 나왔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다. 스텔라는 ‘외로운 작은 새’라는 술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사회 친구가 몇 달 전까지 그 술집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친구가 일하고 있을 때, 스텔라도 몇 차례 그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 친구는 그 술집과 주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스텔라에게도 여러 차례 술집 주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가 전해준 바에 의하면, 술집 주인은 고아원 출신인데, 같은 고아원 출신 여자와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술집 주인은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비록 고아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고, 부부 사이가 너무 좋아 주변에서 모두 부러워한다고 했다.

 

주인은 부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부인을 사랑하고 있고, 부인 역시 남편만을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술집 주인은 예전에 피던 담배도 끊고, 술도 잘 안 마시고 오직 일만 한다고 했다.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술집에서도 여종업원들을 매우 인격적으로 대해서 평판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종업원들에 대해 월급이나 대우도 다른 술집에 비해서 매우 좋았다고 했다.

 

술집 주인은 주인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들과 같이 벌어서 같이 나누어서 잘 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스텔라가 친구 때문에 그 술집에 갔을 때도 사장은 별로 말이 없고, 종업원들과 열심히 일을 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스텔라는 다른 술집에 다니다가 그집 사장과 싸우고 그만 두고 쉬고 있다가 놀고 있는 것이 심심해서 친구의 소개로 ‘외로운 작은 새’ 술집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고, 출근하여 첫날 바로 단골손님들과 싸움이 벌어졌고, 그 후 영업을 마친 다음 사장과 단 둘이 술을 마시다가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스텔라는 23살인데, 한 달 전에 지금의 남자 친구인 엄정확(남, 30세, 가명)을 만났다. 정확은 대학을 중퇴하고 자동차공업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정확은 스텔라를 매우 좋아했다. 정확은 첫눈에 스텔라에게 반해서 만난 지 삼일만에 처음관계를 한 다음, 거의 매일 정확이 혼자 살고 있는 원룸에서 성관계를 했다.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았고, 스텔라 역시 성관계를 좋아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붙어있다시피했다. 스텔라는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다만, 스텔라는 여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공간에 정확과 같은 남자 친구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스텔라가 ‘외로운 작은 새’ 술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가고 있는데, 정확이 갑자기 나타났다. 정확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집 부근에 있었던 것이었다. 술집안에 들어갔다가 술집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은 퇴근하고 주인 혼자 있다고 하는 것이 약간 수상했기 때문에, 술집 주인이 퇴근하는 것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술집에서 스텔라가 혼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확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술집 안에는 주인 혼자 있었다. 그런데 스텔라가 어떻게 그 술집에서 나온단 말인가! “스텔라! 지금 술집에서 뭐하다 나오는 거야!”

 

정확은 스텔라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스텔라의 뺨을 때렸다. “이 나쁜 인간! 너 그놈하고 붙어먹은 거야?” “아니예요. 사장님이 같이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 있다가 나오는 거예요.” “내가 술집 안에 들어가 확인했는데, 너는 보이지 않았어.” “그때는 화장실에 갔을 때인가 봐요.” 정확은 이성을 잃었다.

 

골목으로 더 끌고 들어가 스텔라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확인했다. 스텔라는 아차 싶었다. 그렇게 당하고, 그냥 나온 것이었다. 정확은 스텔라의 은밀한 곳을 손으로 만져서 다른 남자의 그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손을 빼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손을 스텔라의 코에 가져다 대고 비볐다.

 

그 다음, 주먹과 발로 스텔라를 때리고 짓밟았다. 스텔라의 코에서 피가 나고, 스텔라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두들겨맞았다. “너 나쁜 O! 바른대로 말해! 돈을 받고 몸을 판거야? 그렇게 돈을 벌고 싶어서 환장을 했어?”

 

스텔라는 울면서 말했다. “아냐. 오빠. 사장이 강제로 한 거야!” 그런 말을 듣자 정확은 눈이 돌아갔다. 곧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태세였다. 정확은 스텔라의 팔을 끼고 술집으로 갔다.

 

“누구세요?” “예. 저예요.” 스텔라가 태연한 목소리로 신원을 밝히니, 국홍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정확은 술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국홍에게 달려들었다. 국홍은 아직도 술이 덜 깨서 그런지 같이 싸우면서도 많이 맞았다.

 

스텔라는 무서웠다. 자신이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남자들의 싸움을 말릴 수는 없었다. 스텔라는 울면서 핸드폰으로 112신고를 했다. “여기 외로운 술집인데요, 지금 큰 싸움이 벌어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시간은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순찰차가 오고, 경찰관이 2명이나 왔다. 경찰관이 오자 싸움은 끝났다. 국홍과 정확은 서로 치고 받고 싸워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경찰관은 국홍과 정확, 그리고 스텔라를 모두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갔다.

 

지구대에서 스텔라가 국홍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진술이 나오자, 강간사건은 지구대에서 처리할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구대에서는 곧 바로 순찰차를 태워서 경찰서로 넘겼다.

 

국홍은 부인에게는 문자를 보내 아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어 늦으니, 먼저 자라고 했다. “여보.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가급적 빨리 들어오세요. 나는 자지 않고 당신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응. 알았어.” 국홍은 걱정이 태산같았다. 지구대 같으면 괜찮은데, 경찰서에서는 쉽게 안끝날텐데, 집에서 걱정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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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

 

국홍은 술을 많이 마셔 완전히 취한 상태였고, 머리에서는 피가 나고, 여자도 몹시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린 상태에서 내복만 벗기고, 국홍도 바지만 벗고 일을 치뤘다. 여자의 안에 그것을 쏟았다. 모든 행위는 5분만에 다 이루어졌다.

 

여자는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국홍이 일을 마치고 바지를 입고 일어섰는데도 여자는 그냥 쇼파에 누워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매우 동물적인 모습이었다.

 

국홍이 어렸을 때 시골 길에서 숫캐가 암캐와 붙어서 교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더럽다는 생각을 했다. 개는 서로 반대방향을 보면서 붙어서 교미를 오래 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몽둥이로 쫓아버리면 개 두 마리는 갑자기 분리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이 그와 똑같았다. 국홍은 여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수습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고 무척 후회스러웠다. 국홍은 여자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여자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미안해요. 술에 취해 실수를 했어요. 용서해줘요.” 여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보상을 해줄게요. 100만원을 줄게요. 내일 현금을 줄테니까 모든 것을 잊고, 저녁에 출근해요.”

 

여자는 자신이 소주병으로 국홍의 머리를 때려서 피가 나게 했고, 또 국홍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한 것이었으며,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고, 또한 돈을 100만원 주겠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곧 바로 알았다고 할 입장도 아니었다.

 

국홍은 여자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쿵, 쿵, 쿵’ 갑자기 술집 출입문을 누군가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술집 안에서 문을 잠궈놓고 있었는데, 불을 완전히 끈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밖에서 볼 때 아직 술집 내부에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누구일까? 이런 늦은 시간에.” 국홍은 서둘러 옷을 입고, 아가씨에게는 주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국홍은 얼굴에 피가 묻은 것을 대충 씻고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의 남자 친구였다.

 

그 남자는 아가씨가 ‘외로운 작은 새’ 술집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아가씨가 퇴근한 후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무리 아가씨에게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자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술집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그 남자는 술집에서 여자 친구가 아르바이를 하니까 혹시 늦게까지 손님들에게 붙잡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일을 마치고,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궁금해서 혹시나 싶어 술집까지 찾아왔던 것이었다.

 

“여기 아르바이트 나온 여자 퇴근했나요?” 국홍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예. 일 마치고, 벌써 퇴근했는데요. 누구시지요?” “예. 저는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알았습니다. 돌아갈게요.” 남자 친구는 술집 안에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국홍은 여자에게 어떤 남자가 아가씨를 찾으러 왔다가 돌아갔다고 하면서 우리도 이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갈 때 택시비나 하라고, 국홍은 가지고 있는 돈 20만원을 아가씨에게 주었다.

 

아가씨를 먼저 보내고 국홍은 쇼파에 앉아 술을 더 마셨다. 순간적인 욕정을 참지 못하고, 성관계를 했지만, 그것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여자를 강압적으로 제압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샤워도 하지 않고 짧은 시간 관계를 한 것은 정말 술에 취해서 그런지 국홍 자신이 실제로 여자와 성행위를 했는지 조차 명확하게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떤 성감을 느꼈고, 쾌감을 느꼈는지, 관계를 할 때 여자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국홍은 결혼을 늦게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연애를 하기는 했지만, 어려웠던 시절에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아주 드물었다. 국홍은 혼자 등산을 많이 했다. 배낭에 먹을 것과 음료수, 그리고 술을 담아가지고 세시간 정도 산행을 했다.

 

산에 올라갈 때 가끔 몸매가 좋고 멋있는 여자들끼리 등산하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뒤에서 볼 때 아주 섹시한 여자가 있으면, 국홍은 일부러 천천히 그 여자들 뒤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올라간다. 그러면서 여자의 히프를 감상하면서 올라간다.

 

그럴 때에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여자의 히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그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을 상상한다. 여자들은 뒤에서 성에 굶주린 늑대 같은 남자가 자신의 히프를 계속 보면서 뒤따라온다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힘든 고행길을 오르고 있다.

 

국홍은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은 그 여자들의 뒤를 쫓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올 때 위에서 여자의 히프를 보는 것은 또 이상하게 별로 섹시해보이지 않았다. 서로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한눈을 팔다가는 발을 잘못 디뎌서 다칠 위험도 있어서였다.

 

땀을 많이 흘리고, 국홍이 정상에서 쉬기 위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고 눕는다. 풀밭에 누워 있으면 술김에 올라올 때 계속 보고 욕정을 느꼈던 그 여자의 히프가 떠오른다. 아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면 국홍은 혼자서 자위를 했다. 그 여자를 상상하면서, 그 여자 속으로 들어가서 행위를 하는 것과 똑같이 일을 치뤘다. 그리고 무척 행복해했다.

 

그런데 지금 국홍은 그렇게 혼자 할 때보다도 훨씬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홍이 방금 전에 그 아가씨와 했던 육체적인 움직임, 행위, 사정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다는 말인가? 국홍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그 아가씨의 생각, 인식, 강제된 성관계에서 받은 감정, 느낌,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아가씨가 계속해서 자신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할 것인지, 돈 100만원만 받고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인지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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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7)

 

복자는 어머니와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복자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어머니 역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3개월을 이렇게 지내다가 어머니는 병이 도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복자는 병원비를 모두 부담했다. 친어머니를 만나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셨는데, 어머니는 복자를 만난 지 5개월이 지나서 마침내 그토록 한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떠나면서 복자에게 유언을 남겼다. “절대로 남자를 믿지 마라! 절대로 결혼하지 마라!” 복자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는 이런 말만 수없이 되풀이했다.

 

어머니는 어린 딸을 자신이 버렸는데, 딸인 복자가 혼자서 그렇게 훌륭하게 자랐고, 나중에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그렇게 열심히 했으며, 병원비로 그렇게 큰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 행복하게 살자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렇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복자는 항상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가 나이 서른 살에 같은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정국홍을 만나 연애를 하고 같이 동거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되었다.

 

국홍은 작은 술집을 차려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복자는 술집에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만 하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국홍과 복자는 서로가 똑 같은 고아 입장으로서 서로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사랑했다.

 

술집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국홍이 워낙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의외로 고아출신들이 많았다. 어떻게 손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일찍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고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같은 고아원 출신들이 서로 연락이 되어 국복자가 서로 결혼하고 술집까지 차려서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그 고아원 출신들이 일부러 그 술집을 찾아와서 도와주려고 애썼다.

 

나이 많은 그 고아원 원장도 국홍을 찾아와 격려도 해주고, 고아원에서도 그곳 출신으로서 성공한 모범사례로 널리 홍보를 하고 있었다. 국홍과 복자는 술집을 운영하면서 수익의 일부를 떼어서 자신들이 생활하던 고아원에 성금으로 보냈다.

 

부모가 없이 불쌍하게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국홍은 복자를 만난 다음에는 절대로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직 복자만을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복자 역시 지나간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고, 앞으로는 국홍만을 위해 여자로서 살려고 했다.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바이트로 술집에 처음 나와 서빙을 도와주던 23살 먹은 아가씨가 손님들에게 불친절하였다는 이유로 단골손님 사장 일행이 크게 화를 내고 언쟁을 하다가 그 아가씨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국홍은 밖에 다른 일을 보기 위해 나와있다가 연락을 받고 술집으로 급히 가보니, 단골 손님들은 앞으로는 절대로 그 술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면서 가버렸다. 아르바이트 아가씨는 손님들에게 두들겨맞아서 얼굴에 멍이 들어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가씨가 처음 술집에 나와서 서툴러서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이었다. 국홍은 너무 속이 상했다. 평소 큰손인 단골손님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또한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여직원이 폭행을 당해 다쳤으니 그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국홍은 일단 다른 직원들은 일단 퇴근하라고 하고, 그 아르바이트생만 남으라고 하고 가게문을 닫고 둘이서 이야기를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위로해주고, 나중에 그 단골손님을 불러서 사과를 시키고 다시 가계를 잘 운영하도록 하려고 했다.

 

국홍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맥주를 권하면서 화를 풀고, 앞으로 잘 하자고 격려를 했다. 아르바이트생도 국홍의 자상한 설명을 듣자 울면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앞으로 그 단골손님을 만나면 여직원이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술을 마셨다. 국홍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소주를 꺼내 마셨다. 아르바이트생도 어린 나인데 술이 셌다. 국홍을 따라 같이 마셨다. 빨리 마시고 각자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므로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짧은 시간에 많이 마셨다.

 

그날 따라 국홍은 많이 취했다. 술에 취하자 국홍은 이성을 잃고 갑자기 그 어린 아르바이트생 옆으로 가서 허리를 껴안았다. 아르바이트생도 술에 취했는지, 별로 거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자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렇게 되자 국홍은 순간적으로 오해를 했다. ‘! 이 아가씨가 내가 하려고 하는 대로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는구나!’ 그래서 국홍은 아가씨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댔다.

 

아가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가만히 있었다. 국홍은 이 상황에서 남자로서 흥분하고 이성으로 억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가슴을 만지고 옷을 벗기려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는 소주병을 들어서 국홍의 머리를 내리쳤다.

 

국홍은 이 장면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명색이 사장인데 자신을 병으로 친 것에 대해 흥분했다. 국홍은 여자의 뺨을 몇 차례 때렸다. 여자는 울기 시작했다. 국홍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국홍은 피를 보자 더욱 성적으로 흥분했다. 여자를 쇼파에 눕혀놓고 강제로 간음을 했다. 여자는 별로 반항을 하지 않고 순순히 응하고 있었다. 여자는 국홍이 너무 흥분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남자의 요구를 응해주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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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6)

 

복자는 3개월이 지난 다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서 아이 아빠인 그 유부남을 찾아갔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아이를 유부남 딸로 올리겠다고 했다. 유부남은 크게 놀라면서 복자를 달랬다. 그러면서 위자료로 5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복자는 그 돈을 받고 아이는 유부남 앞으로 올리지 않고, 그냥 영아원이나 고아원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복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그래서 식당에 취직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복자의 생모가 나타났다. 복자는 생모인 김춘화(, 55)를 만나서 한없이 울었다. 복자는 생모를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생모는 유방암에 걸려서 위독한 상태였다.

 

유방암을 뒤늦게 발견했고, 이미 다른 곳에 전이가 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춘화는 죽기 전에 자신의 딸을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수소문해서 복자를 찾아낸 것이었다.

 

춘화는 지방에서 부모님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가 나이 스물세살에 친구와 함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시골생활이 무료했고, 시골에서 첫정을 주었던 남자 친구가 춘화를 데리고 놀다가 차버리고 춘화와 가까운 여자 친구와 애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있는 여자 친구와 둘이 의기투합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자유롭게 생활하고 시골의 남자 친구를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부모님들에게 말하면 절대로 승낙할 것 같지 않아 몰래 가출을 한 것이었다. 춘화는 가지고 온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던 중 술집 구인광고를 보고 잘못 찾아갔다가 인신매매단에 걸려 청량리 윤락가로 팔려갔다.

 

같이 올라갔던 여자 친구와는 그때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윤락가가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다.

 

가장 커다란 문제가 바로 윤락촌이었다. 윤락촌의 실상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으로 임권택 감독이 1997년 제작한 영화, <노는 계집 창>이 있다. 이 작품은 산업화의 뒷전에 밀려 여자들이 윤락촌에서 집단으로 몸을 팔아 먹고 사는 비참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윤락여성들의 인권은 전혀 없었다.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했다. 조직폭력배나 악덕 포주들은 직업소개소와 짜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젊은 여성을 창녀촌에 팔아넘기고, 일단 창녀촌에 들어가면 감금상태에서 깡패 건달들의 감시를 받아 몸을 팔아야 했다.

 

매일 수많은 남성들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해야 했고, 성병에 감염되고, 술과 담배, 마약에 빠져 건강을 해쳤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포주들의 그물에 걸려 소개비, 방값, 식대, 의상비, 선수금이나 차용금에 대한 고리의 이자 등의 명목으로 시간이 갈수록 빚만 늘고, 끝내 나이 들어 더 이상 일을 못하고 병들면 그때서야 악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춘화는 서울로 올라와서 우연한 기회에 악질들에 의해 강제로 윤락녀가 되었다. 몸을 다 망치고, 닭장에 갇힌 비참한 신세가 되어, 뭍남성의 성노예가 되었다. 성병에 걸리고, 몇 차례 임신중절수술도 했다. 숱하게 얻어맞기도 했다.

 

춘화를 보호해준다는 기둥서방 같은 놈이 붙어있기도 했다. 윤락촌에서 도망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죽을 정도로 맞기도 했다. 춘화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신음해야 했다. 그렇게 13년 동안 윤락녀로 생활했다.

 

나이가 34살이 되어 어느 정도 쓸모가 없어지자, 포주는 약간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때 윤락촌 밖에 있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춘화는 포주와의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고 그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어떻게 춘화는 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 춘화는 딸을 낳고, 그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되어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돌이 되던 날, 간단하게 돌잔치를 조촐하게 하고 있는데, 그 남자의 부인이 나타나서 춘화를 짓밟았다. 당시 간통죄가 있어 춘화는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다가 고소취소로 한달 만에 석방은 되었지만, 그 남자와 헤어지고, 그 남자의 강요로 딸은 영아원에 넘겨졌다.

 

그후 춘화는 혼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생활하다가 암에 걸리게 되었고, 그래도 딸을 보지 않으려고 하다가 마지막으로 딸을 찾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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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5)

 

남자 사장, 정국홍(40세, 가명)은 8살 때 부모님이 여름 휴가철에 동해안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갔다가 머물고 있던 펜션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곧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이 때문에 국홍은 갑자기 고아가 되었다.

 

국홍은 작은 아버지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국홍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작은 아버지는 이혼하면서 국홍을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하면서 고아원에 맡겼다.

 

국홍의 부모님이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었는데, 그 돈을 국홍의 작은 아버지가 모두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가 다 써버리고 국홍에게는 돈 한푼 주지 않았다.

 

국홍은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자란 국홍은 나이 스무살부터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운전면허증을 땄다. 중국집 배달원생활을 오래 했다. 성실하게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

 

나이 서른 살에 같은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박복자(38세, 가명)를 만났다. 복자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어떤 50살 된 유부남과 연애를 하여 딸 한명을 낳았다.

 

그 유부남은 어린 복자를 꼬셔서 방을 하나 얻어주고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복자는 처음에는 세 차례나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그러다나 네 번째 임신을 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아이를 낳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유부남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자, 그 유부남은 큰일 났다고 생각을 하고, 복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건 태클은 복자가 처녀가 아닌 상태에서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복자는 물론 처녀로서 그 유부남과 관계를 했던 것인데, 오래 전의 일을 가지고 그렇게 따지니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수 없었다.

 

그 유부남이 갑자기, “네가 나에게 왔을 때, 이미 너는 처녀가 아니었잖아? 나는 해보면 즉시 아는 전문가야. 너는 내가 볼 때 적어도 100번 이상 성관계를 했던 것이 틀림 없었어. 그런데도 내가 너를 데리고 있었던 것은, 네가 오갈 데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야. 그런데 아이를 낳았다고 하니, 그 아이는 내 아이로 인정할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이미 다른 놈과 붙어먹었는데, 어떻게 내 아이로 볼 수 있어? 그리고 설사 내 아이라고 해도, 그 아이를 내가 어떻게 책임지겠어? 그러니까 그 아이는 고아원에 맡기고 나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

 

복자는 많이 울었다. 너무 억울했다. 복자는 비록 내연관계였지만, 자신이 유부남보다 30살이나 어리고, 유부남의 아이를 낳아주었기 때문에 유부남도 더 복자를 아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동안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던 처녀성 문제를 들고 나오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복자는 그 유부남을 죽이려고 마음 먹었다. 어떻게 죽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제일 쉬운 방법은 그 유부남이 술을 마시고 깊이 잠들었을 때 칼로 찌르거나,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위험해보였다. 혹시 유부남이 잠에서 깨어나면 그 즉시 반격이 들어올 것이고, 그러다보면 거꾸로 복자가 죽임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농약을 구입해서 몰래 술에 타서 먹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나, 농약 냄새가 나서 유부남이 눈치를 채면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징역만 갈 것이 뻔했다.

 

넥타이나 노끈으로 목을 졸라서 죽이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으나 역시 자신이 없었다. 복자는 결국 유부남을 죽인다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 대신 유부남이 빨리 죽도록 백일기도를 드리거나, 부적을 사서 베개 속에 넣는 방법도 알아보았으나, 엉터니 사주역학자들이 돈만 받아먹고 아무런 효험이 없다는 인터넷 경험담을 읽어보고 그 방법도 포기했다.

 

복자는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복자는 자신이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세상 경험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복자는 그 누구에게도 상의를 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복자는 그 유부남과 헤어지고 아이는 영아원에 맡겼다. 주위에서는 해외입양을 권했지만, 외국으로 보내서는 나중에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아이를 영아원에 맡기고 나오면서 복자는 한 없이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복자의 눈물을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복자의 눈물을 오로지 복자의 몫이었다. 아무리 눈물이 흘러 쌓여서 강물을 이룬다 해도, 그것의 의미는 봄날 갓 피어나는 산수유의 작은 노란 꽃잎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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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4)

 

최용해(85세, 가명) 사장은 ‘동백꽃 피는 마을’ 술집 단골 손님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빼놓지 않고 다녔다. 재력도 있는 사람이라 술집에서는 대환영이었다. 매너도 좋은 편이었다. 술집에서 절대로 여자를 집적거리지 않았다.

 

가끔 젊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비교적 조용히 놀다가 갔다. 그 술집에는 비교적 나이 먹은 남자 손님들이 많았다. 그래서 종업원들도 한 사람 빼고는 대부분 40대거나 50대였다.

 

박나미 사장(여, 58세, 가명)이 처음 술집을 오픈할 때만 해도 손님이 별로 많지 않았다. 술값이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건설붐이 불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자, 술집에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박나미 사장의 특유한 영업기술이 돋보였다. 박 사장은 처음 온 손님 중에 돈이 있어 보이면 만사 제쳐놓고 그 손님 접대에 최선을 다했다. 원래 박 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이 38에 어떤 건달을 만나서 동거생활을 했다.

 

그 건달은 운동을 했는데, 근육운동을 많이 해서 헬스클럽의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박 사장 보다 나이도 8살이나 어렸는데, 워낙 몸매가 좋고, 얼굴도 잘 생겨서 헬스클럽에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박 사장도 몸매를 가꾸기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다가 그 코치를 알게 되었는데, 코치가 꼬시는 바람에 맥없이 넘어가버렸다. 처음에는 코치가 매너가 너무 좋고, 잠자리기술이 탁월해서 홀딱 빠졌다.

 

박 사장이 얻어가지고 있던 원룸에 옷 몇벌만 가지도 들어와 동거생활을 했다. 모든 생활비는 박 사장이 대고, 밥 해주고 빨래도 해주었다. 코치는 나이가 그래서 그랬는지, 매일 밤 잠자리를 했다. 나중에는 박 사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박 사장이 아무리 열심히 응대를 해주려고 해도, 체력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아, 일주일에 의무방어전으로 3회로 제한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코치는 박 사장의 말에 따라 주 3회만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여자를 꼬셔서 나머지 4회는 밖에서 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박 사장은 코치가 워낙 정력이 세서 그러니까 자신이 눈감아주고 양해를 해주면 그것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이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코치는 박 사장이 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실력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 아예 밖에서 다른 여자와 그짓을 했지, 박 사장과는 완전히 섹스리스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박 사장은 그 코치와 동거생활 8개월만에 결별했다.

 

그 후 박 사장은 나이가 많은 남자들과 의미 없는 연애를 몇 차례 하다가 40살부터 노래방 도우미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비싼 돈을 들여 성형수술을 서울에 가서 받았다.

 

이 때문에 노래방에서 아주 인기가 좋았다. 하루에 몇 명의 손님을 받을 정도로 인기절정이었다. 노래방 손님들 중에는 박 사장만 찾는 단골손님으로 등록된 인원만 10명이 넘었다.

 

그 단골손님들은 사전에 노래방에 전화를 걸어서, 박 사장이 도우미로 일을 하는 날인지 확인하고, 박 사장이 가능하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노래방으로 왔다. 새로 온 도우미가 아무리 나이 어리고 예쁘거나 노래를 잘한다고 해도 소용 없었다.

 

그런 사람들은 노래방에 와서도 박 사장이 다른 손님 방에 들어가 있으면,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혼자 트롯트 노래를 50곡쯤 부르고 있으면, 그때서야 비로서 박 사장이 술에 취해 기다리다 지친 단골손님 방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단골손님은 박 사장이 자신의 룸에 도우미로 들어온 것을 보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지금까지 50곡이나 불러서 목이 다 쉬었지만, 새로 목청을 가다듬고, 박 사장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박 사장을 위해 열심히 부른다.

 

박 사장은 술에 취해 단골손님이 부르는 노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냥 혼자 술을 따라 마시면서 쇼파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다. 박 사장이 술에 취해 골아떨어진 것으로 오해한 단골손님은 박 사장의 가슴을 만지거나, 치마 속으로 손도 넣어본다.

 

그러면 박 사장은 즉시 단골손님의 손을 잡고 난리를 친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야 남자들이 박 사장을 더욱 높이 평가하게 만들고, 주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래방이나 술집에서 여자는 절대로 남자에게 헤프게 보여서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역사적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들어왔고, 실제 박 사장 스스로 그동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박 사장은 겉으로는 남자들에게 아주 엄격한 태도를 취하지만, 속으로는 남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부러 얇은 옷을 입고, 가슴이 파진 상태로 두었다. 치마도 쉽게 손이 들어올 수 있게끔 특별주문했다. 색깔도 야한 핑크빛을 주로 선호했다. 비싼 향수를 뿌리고, 특히 머리형태에 신경을 써서 그 지역에서 최고 비싼 미용실을 단골로 정했다.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해서 돈을 어느 정도 모은 박 사장은 자신이 자주 가던 술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술집 사장은 젊은 남자로서 부모들이 술집을 차려주었다.

 

남자 사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해서 그 술집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아르바이트로 나온 23살 먹은 여자 아이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40살 먹은 남자 사장은 어느 날 처음 나온 아르바이트 여자 아이에게 술집 영업이 끝난 다음 남아서 같이 맥주를 한잔 하자고 했다.

 

아르바이트 여자 아이는 괜찮은 술집에서 사장이 영업 끝나고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라고 하니까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둘이서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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