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3)
“아니, 그런 게 다 있어? 그럼 왜 어린 여자들은 자신의 나체사진을 그런 사이트에 올려놓는 거야?”
“그등학생 같은 어린 여자 아이들은 세상을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이 어린 여자 아이들을 아르바이트를 시킨다고 돈을 조금 주고 자신의 나체사진이나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진을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텔레그램에 올리도록 한 다음, 여자의 신상을 털어서 공개한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성노예처럼 학대하고, 그러한 동영상을 돈을 받고 유포시켰던 거야.”
“정말 나쁜 인간들이네! 그런 인간들은 징역을 얼마쯤 산대?”
“그건 모르지.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운영했던 사람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전국민이 난리를 치고 있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악질적인 사이버성착취범죄를 특별수사해서 엄벌하라고 했대. 그래서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정신 차리고 특별단속하고 무겁게 처벌할 모양이야. 한심한 사람들이지. 그 어린 미성년자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딸이었다고 생각해 봐. 지금까지 가만 있었겠어?”
“그런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범죄는 me too 운동과는 다른 거야?”
“me too 운동은 주로 고위공직자나 유명연예인, 대학 교수, 시인이나 소설가, 가수,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해서 성추행을 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을 하는 사람들의 권력형 성범죄를 노출시켜 처벌하자는 것이야. 그런데 이번 n번방은 아주 나이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신상을 공개해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악마들이 노예처럼 성적 학대를 가하고, 전세계적으로 성착취동영상을 유포하고, 그로 인해 돈을 번 거야. 죄질 자체가 아주 달라.”
친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스텔라는 자신의 남자 친구인 정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도 이번 n번방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도 인간이 아니라, 양의 탈을 쓴 악마인 것이다. 스텔라는 지금 악마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확은 n번방 운영자를 도와서 어린 여성 피해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운영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정확도 n번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서 성착취동영상을 계속해서 다운받아 보관하면서 수시로 보았다. 그러한 동영상은 정말 가학적이었고, 너무 지저분했다. 보기에 역겹고 구역질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확은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니까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런 동영상에 중독이 되었고, 성적 취향도 달라졌다. 정상적인 성관계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스텔라와 관계를 하면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어린 미성년자와 관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심지어는 동성애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n번방 사건이 크게 터져 수사망이 좁혀와서 곧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징역을 가게 된 것이었다. 변호사 비용이 급했는데, 마침 애인으로 지내는 스텔라에게 강간피해자로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생긴 것을 알고, 정말 하나님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도우시는구나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더군다나 강간 당한 현장에서 정확 자신이 범인을 잡았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강간범인은 돈이 있어 보이는 술집 사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적게 받아도 최소한 3천만원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스텔라에게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애인인 자신에게 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뒤집고, 스텔라가 나이 먹은 나쁜 사람에게 강간 당한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강간범을 동정해서 적은 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을 뿐 아니라, 스텔라를 헤픈 여자로 생각하고 이번에 합의금을 받아서 자신이 변호사비용으로 급한 불을 끄면 스텔라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정확은 답답해서 스텔라를 만났다.
“스텔라야! 정말 사랑해. 네가 그놈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어. 내가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너도 그놈에게 당한 일을 잊어버려. 그리고 우리 새출발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합의금 받고 끝내버리자. 그리고 나도 몹시 급해졌어. 내일 경찰서에 들어가야 해. 변호사는 오늘 중으로 3천만원을 입금시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그 변호사는 내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통보해왔어. 제발 나를 도와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내가 꼭 갚을 게.”
스텔라는 이미 정확의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갑자기 정확이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소름이 끼쳤다. 음성도 전과 달리 악마의 음성이었다. 목소리가 맑지 못하고, 무언가 탁음이 밑에 깔려있었다. 목에 생선 가시가 박혀 빼내지지 않아 죽어가는 악마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베이스에 깔려있었다. 눈빛은 어린 노예를 음탕한 눈으로 쏘아보며, 채찍질을 가하면서 그늘 아래에 비스듬히 누워 빠른 속도로 자위를 하고 있는 동물의 눈빛이었다. 스텔라에게 정확은 지금 사람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나는 이번 사건에서 나도 잘못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술집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졌어요. 절대로 받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내 사건에 관여하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관계도 여기에서 끝내도록 해요. 모든 것이 싫어졌어요.”
“아니! 무엇 때문에 그래? 지금 내 사건은 아무 것도 아니야. 언론에서 가짜뉴스로 너무 떠들어서 그래. 그리고 나는 법을 몰라서 그냥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있어. 나는 스텔라만 사랑하고, 스텔라와 평생을 같이 가려고 마음먹었어. 그러니까 그런 오해 하지 말고, 이번만 내 말 듣고, 나를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경찰조사를 피해 잠수를 탔다가 정 힘들면 자살하려고 해.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겠지만, 내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면, 그때에는 스텔라도 나를 따를 것으로 믿어. 정말 사랑해.”
스텔라는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정확은 만일 일이 잘못되면 자살을 할 것이고, 그때 스텔라와 동반자살하자는 협박이었다. 스텔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자리를 떠났다.
정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텔라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쏘아보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눈빛이 스텔라의 히프를 뚫고 음부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스텔라는 그것을 육감으로 느꼈다. 자신의 성기가 악마의 눈빛에 의해 더렵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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