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

 

강 교수는 학교에서 좋은 보직도 맡고, 부교수가 되어 승승장구했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지역에서도 아주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학생들에게서도 인기가 있었다. 미경에게 미용실 경영기법도 알려주어 미용실도 두 군데 더 차리게 도와주었다.

 

미경은 존경하는 대학교수를 애인으로 두고, 자신의 비즈니스에도 도움을 받으니 일거양득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의 밀회 장소는 미경이 혼자 사는 아파트로 정했다. 그곳에는 강 교수의 옷이나 노트북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다. 누가 보면 부부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미경은 강 교수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미경은 처음에는 단순한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정이 깊어가고, 강 교수와 결혼은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남자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강 교수의 부인과는 원래 사이가 나쁘다고 하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보다 5살이 어린 강 교수가 미경과 애인으로 지내면서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강 교수가 평소와 달리 피곤하다면서 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미경은 강 교수 핸드폰을 몰래 열어보았다. 그곳에서 강 교수가 어떤 젊은 여자와 자주 연락을 하는 것을 알아냈다.

 

‘첩이 첩 꼴을 못본다’는 속담처럼 미경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렇게 되면 ’나이 먹은 여자를 이용해먹고 배신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젊은 여자를 만났다.

 

“강 교수님은 나와 연인 사이예요. 내 인생을 모두 건 분이예요. 그런데 아가씨는 나이도 어린데 왜 유부남을 만나요? 헤어지세요.”

“저는 강 교수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강 교수님은 저의 지도교수님이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저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그래서 고마워서 가끔 만나는 것뿐이예요.”

“아무튼 아가씨와 강 교수가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요. 지금부터는 절대 연락하지 말고 만나지 말아요. 강 교수는 내 사람이니까.”

 

그 젊은 아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경을 이상한 여자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것처럼 보이는 아가씨는 젊고 싱싱했다. 낚시로 갓 건져낸 퍼덕이는 고등어 같았다. 그 젊음 앞에서 미경은 몹시 절망했고, 기분이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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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0)

 

강 교수는 미경의 애인이라고 자처하는 건달에게 각서를 써주고 나서 곧 바로 미경을 만났다. 미경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미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남자는 3년 전에 몇 달 동안 애인 사이로 지냈는데, 저를 심하게 폭행하고 평생 저를 자신의 소유로 한다고 일방적으로 자기 몸에 제 이름을 써놓고 보여주면서 저에게 책임지라고 강요했어요. 깡패짓이나 하면서 저로부터 돈이나 뜯어가고 다른 여자들과 바람 피고 또 도박과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징역을 살던 나쁜 사람이예요.”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왜 나에게 미리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남자가 미경씨와 나와의 관계를 문제 삼을 수 있었다면 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예요?”

 

“그 사람은 징역 가기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2년 반 전에 저와 완전히 헤어지는 합의서를 쓰고, 제가 마지막으로 돈 천만원을 주고 끝을 냈던 거예요. 그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저의 미용실에 나타나서 제 근황을 묻고 돌아갔는데, 교수님과 저와의 관계를 어떻게 알고 교수님을 찾아갔는지는 정말 미스테리이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 남자가 나를 찾아온 거예요?”

“아마 제 주변에 교수님과 저와의 관계를 알고 시기질투하는 여자들이 그 남자에게 정보를 준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교수님께 죄송해요. 하지만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그 돈 5백만원은 제가 대신 물어줄 게요.”

 

미경의 말은 모두 진실로 들렸다. 그러나 강 교수는 돈이 문제가 아니고, 그 남자가 말한 것처럼 미경의 배에 그 남자의 이름이 써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참지 못하고 미경의 집으로 같이 가서 미경의 옷을 벗게 하고 몸을 살펴보았다.

 

다행이 미경의 배에는 아무런 문신이 없었다. 강 교수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미경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미경도 강 교수가 자신을 믿고 그 남자 문제로 미경을 미워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너무 좋았다. 두 사람은 그래서 곧 바로 이어서 서로 껴안고 진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사실은 미경의 오른쪽 겨드랑이 속에는 그 남자가 강제로 새겨준 문신이 있었다. 그 남자는 미경의 그곳에 아주 작은 글씨로, ‘강철’이라고 써놓았다. 그것도 예쁜 글씨로 써놓은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글씨로 엉망으로 써놓았다.

 

강철은 그 남자의 이름은 아니었고, 그 남자가 깡패사회에서 불리우는 별명이었다.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미경의 배위에 문신을 해놓았다고 확실하게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미경의 배만 살펴보고 더 이상 다른 부위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경은 조만간 그 문신을 없애는 수술을 성형외과에 가서 받으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 강 교수와 관계를 하면서도 그곳이 신경이 쓰여서 미경은 절대로 자신의 팔을 위로 들지 않았다. 반드시 차렷자세로 체위를 유지해야했다.

 

강 교수는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미경의 체위나 자세를 가지고 겨드랑이에 문신이 새겨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미경은 나이가 50인데도 처녀 뱃살 같았다. 우윳빛이었고 부드럽고 탄력이 있었다.

 

강 교수는 이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미경에게 더 깊은 정이 갔다. 물론 500만원은 강 교수가 주고 끝을 냈다. 사기꾼은 500만원을 뜯어낸 다음에는 연락이 없었다. 아마 또 다른 사건으로 감방에 갔을 것 같다는 것이 미경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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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9)

 

강 교수는 미경의 애인이라는 남자가 한 말이 귀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미경이 배에도 내 이름이 있어. 확인해 봐. 이 바보야!” 정말 충격이었다. 강 교수는 미경의 배에 어떤 글자가 문신으로 새겨져있는 것을 보지는 못했는데 이상했다.

 

‘내가 귀신에 홀린 것일까? 도대체 미경은 어떤 여자일까? 이 남자와 짜고 내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었나?’ 강 교수는 어쩔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성관계 횟수를 거짓말로 줄여서 50번 했다고 하면서 5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더니 크게 인심을 썼다. “그래. 이번 한번은 내가 크게 봐줄 게. 둘이서 50번밖에 하지 않았다는 말은 분명히 거짓말이지만, 내가 인정해주겠어. 그리고 한번에 10만원도 말이 되지 않아. 요새 물가가 얼마나 비싸졌는데, 한번 하는데 10만원은 상식에 반해. 하지만 내가 크게 양보해서 10만원으로 계산할 게. 다만, 앞으로 다른 곳에 가서 이렇게 터무니없이 깍으려고 했다가는 당신 양쪽 다리가 부러질 거야! 나니까 특별히 봐주는 걸 고맙게 생각해.”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각서를 썼다. “본인은 귀하에게 선미경과 성관계를 한 데 대해 위자료로 500만원을 일주일 이내에 지급할 것을 약속합니다.” 건달은 엄하게 타일렀다.

 

“앞으로는 절대로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를 만나지 말아요. 교수가 그러면 안 돼요. 교수는 사회에서 지도층 인사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을 모범적으로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어요? 학생들은 교수를 하나님처럼 받들고 믿고 배우고 있는 것 아니예요? 한번 더 나쁜 짓을 하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교수직을 박탈하고 한국에서 떠나도록 영원히 매장시킬 거요. 알았지요? 정 성욕을 참을 수 없다면 차라리 거세를 해요.”

 

사기꾼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적어도 군대에서 소대장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강 교수는 죽고 싶었다. ‘내가 어쩌다 그 미용실 원장과 연애를 하다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돈을 뺏긴단 말인가? 정말 사람 한번 잘못 본 죄로 이렇게 되었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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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8)

 

강 교수는 깜짝 놀랐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우선 그 남자를 진정시켜야했다. 강 교수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강 교수에게 우선 각서를 쓰고 사인을 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남의 애인을 제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서로 지금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는 지금은 간통죄도 폐지되고, 혼인빙자간음죄도 없어졌는데 왜 자신이 경찰서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무대포였다.

 

당신이 정말 대학 교수인지 궁금하네. 남의 여자를 강제로 해먹었으면 당연히 콩밥을 먹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요새는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아도 처벌되는 거야. 그것도 몰라? 그럼 어떻게 대학 교수를 하고 있어? 당신 정말 대학 교수 맞아? 신분증 어디 있어?”

 

강 교수는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고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그 남자와 치고 박고 싸워야 할지도 몰랐고, 또 경찰에 신고하면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교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면 골치 아픈 것이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었다. 얼마를 요구하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내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500번 했으니까? 한번에 50만원씩 계산해봐. 나는 계산을 잘 못하니까. 빨리!”

무슨 500번을 해요? 한달에 두 번씩 지금까지 모두 12번 정도 했을 거예요?”

 

아니! 당신 성불구자야? 아니면 동성애자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남자가 여자를 처음 애인으로 만들면 보통 하루에 최소한 한번은 하게 되는 거야? 누굴 어린 애 바본줄 알아?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 아니면 미경을 만나 같이 대질조사를 하고 싶어? 정 거짓말을 하면 미경을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서 정밀검사를 의뢰할 거야!”

 

강 교수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는 완전히 깡패거나 정신이상자 같았다. 아니면 모든 것을 알면서 강 교수의 신분을 약점 잡아 크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억지를 부리지 말고,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도록 해요.”

 

그랬더니 사기꾼은 갑자기 자신의 옷을 벗고 왼쪽 겨드랑이 안에 있는 문신을 강 교수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지?”

 

강 교수가 그 남자의 왼쪽 겨드랑이 안을 보니,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미경이라고 씌여있었다. 강 교수는 순간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가스 중독을 일으킬 뻔했다. 그 보다도 너무 놀랐다. ’! 정말 이 남자가 미경의 애인이 맞구나. 큰일 났네.‘

 

그래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는 모양인데, 돈을 주기 아까우면, 학교에서 만나자. 총장 앞에서 누가 옳은지 판결을 받으면 되니까. 나는 감방에 있으면서 법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 웬만한 변호사보다 법을 더 잘 알아. 남의 애인하고 공짜로 했으면, 당연히 돈을 물어내야지. 대학 교수가 그런 법도 모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냐? 교수 그만두고 제비족을 하면 될 텐데. 안 됐다.”

 

강 교수는 무서웠다. 그 남자는 겨드랑이에 미경 이름은 작게 써놓았지만, 그 밑으로는 다른 여자 이름이 몇 개 더 있었다. ’숙희‘ ’정란‘ ’애금‘ ’찰떡이라는 글씨가 작게 순차로 씌어있었다. 그런데 찰떡은 여자 이름인지, 떡이름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남자에게 찰떡은 여자 이름 같지 않은데 왜 써놓았지요?‘라고 물어볼 처지도 아니었다. 영어로 된 이름도 하나 있었는데, 아마 길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이 배운 미국 여자 이름 같았다.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부럽게 생각이 되었다. ’얼굴은 더럽게 못생겼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여자들을 애인으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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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7)

 

그 남자가 맨 처음 말하는 대로 받아쓰면 이랬다. ’저는 평소 존경하는 몽마르똥 미용실 선미경 원장님을 꼬셔서 제 것을 원장님의 속에 넣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대략 500번 했습니다. 원래 선 원장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술을 먹이고 강제로 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개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원장님과 그 짓을 하면 제 물건을 잘라서 강물에 던져버리겠습니다. 저는 태극기 앞에서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2020125일 강철민.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불러주는 대로 백지에 써보니,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말이 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미경을 절대로 존경하지는 않았다. 미경을 여자로서 좋아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보고 평소 존경하는 원장님이라고 쓰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경은 보통 여자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걸 애인이라는 남자가 모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답답한 것은 미경이 먼저 강 교수에게 접근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른 것인데, 강 교수가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미경을 강제로 했다고 쓰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그리고 만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데, 어떤 남자가 500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건달은 산수 공부는 빵점만 맞았을 것이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각서를 쓰는데, 왜 태극기가 들어가고 새마을정신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 옷을 자세히 보니, 잠바 왼쪽 가슴 쪽에 작은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마을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용기를 가지고 그 남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 썼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박았다. 강 교수는 무슨 커다란 망치로 벽을 부수는 것으로 오해했다.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저렇게 돌보다 더 단단하고, 심지어 강철보다 더 단단할 수가 있을까? 남자는 머리를 벽에 열 번 세게 박았다.

 

그것은 고장난 옛날 라디오가 잘 나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탁탁 몇 번 치면 다시 주파수가 잡히는 것같았다. 그 남자는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혀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당신 고추를 자르지 않고 미경의 것을 자르겠다는 뜻인가? 이런 나쁜 인간 같으니, 너는 지금 당장 경찰서를 들러서 대학교 총장실로 가야겠어. 아니, 오늘은 설날이니까 구정 연휴 끝나면 곧 바로 가자. 이런 저질 인간은 내가 살면서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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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6)

 

강 교수는 미경이 혼자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비록 강 교수는 유부남이었지만, 미경이 유부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고 육체관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알았다.

 

집에서 부인이 알게 되면 그때는 부인 역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던 사실을 가지고 상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 교수는 부인과 서로 묵시적인 합의를 한 것과 비슷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참 이상하다. 결혼하고 서로 관계를 해서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서로 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면 더 이상 하기가 어렵다. 새삼스럽게 한다고 하면 서로가 익숙하지 않아 거부반응을 느낀다. 그래서 하지 않게 된다.

 

강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부터 서로 부부관계를 멈추었다. 그 대신 강 교수는 다른 여자을 찾았다. 그리고 강 교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관계를 하지 않는 대신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렇게 해도 부부 사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부부 사이의 육체관계와 일상 생활관계는 분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했다.

 

강 교수는 지금 애인인 미경의 애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서 왜 남의 애인을 빼앗아 데리고 놀고 있느냐고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강 교수는 자신이 교수라는 사회적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강 교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나는 미경 씨가 혼자 살고 있는 미용실 원장으로 알고 있었어요.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미경 씨 애인이라면 저는 당연히 손을 떼야겠지요?”

 

그 남자는 갑자기 흥분했다. “아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미경 씨라고 그랬어. 미경이가 너와 무슨 관계인데 함부로 미경이 이름을 불러. 너 정말 죽고 싶나? OOO! 너는 대학 교수고 유부남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남의 여자를 빼앗아 가지고 그짓을 수백번이나 했냐?”

 

강 교수는 놀랐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질게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다.”

 

. 네가 사람이야? 남의 여자를 건드려놓고, 그짓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장난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네가 미경이 데리고 살거야?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할 거야?”

 

강 교수는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잘못했다가는 목숨도 위태롭게 되고, 학교는 당연히 파면될 입장이었다.

 

우선 각서부터 써! 내가 부르는대로 써봐! 이 나쁜 OO!”

저는 대학교수로서 선미경이라는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수백번 했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선미경을 만나서 섹스를 하면 저의 성기를 절단해서 귀하에게 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 교수가 볼 때 상대 남자는 초등학교도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 부르는대로 쓰라고 해서 무서워서 썼지만 정말 말이 되지 않고 창피해서 받아 쓸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강 교수는 너무 무서워서 부르는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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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5)

 

미경은 인터넷으로 사회 분야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어떤 남자 검사가 같이 일을 하던 여자 수사관을 성추행해서 대검찰청에서 특별감찰을 받았다.

 

대검찰청 특별감찰반은 이 남자 검사의 성범죄 정황을 포착한 뒤 그 검사를 피의자로 신분전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그 검사의 직무배제를 요청하고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도록 통보했다.

 

그 때문에 그 검사는 직위해제된 상태에서 강제추행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고, 검찰에서는 이 검사를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미경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반인이 생각할 때 검찰청이라는 곳은 법을 다루고, 범죄인을 조사하는 곳이라 매우 삭막하고 딱딱한 장소일 것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검사나 수사관들 모두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들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어떻게 남자 검사가 여자 수사관을 성적으로 추행하고 그것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장소에서 그런 사람들끼리 성욕이 발동하고 그것을 어쩌지 못해 여자 수사관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거나 접촉한다는 말인가?

 

미경은 인간의 동물성, 성적 본능의 주체로서의 남성을 생각하면서 남자라는 존재가 매우 불쌍해 보였다. 물론 이런 사건은 백만명 중의 한명이 저지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이런 범죄가 추잡하게 계속된다는 말인가?

 

한편 어떤 남자가 미경과의 관계를 문제삼는 것을 보고 강 교수는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미경의 태도로 보아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강 교수는 즉시 미경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따졌다.

 

미경의 말을 들어보니, 그 남자는 미경과 연애를 하던 유부남이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이고 건달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돈이 많은 사업가인 것처럼 속였다. 명품 가방도 사주고, 다이아반지도 사주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가방도 다이아도 모두 가짜였다. 그래도 처음에는 미경에게 돈을 펑펑 썼다. 그렇게 믿게 한 다음, 미경에게 중국 사업에 투자하라고 해서, 5천만원을 빌려갔다.

 

그걸 가지고 흥청망청 하다가 끝내 구속되어 징역을 1년 살고 출소한 것이었다. 출소한 다음 미경에게는 염치가 있어 나타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소문을 들어보니, 미경이 대학 교수와 연애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기꾼은 강 교수를 찾아가 공갈을 쳐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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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탄

(문) 결혼한 지 5년차다. 영자(35세, 가명)는 남편이 주말에 자주 혼자 나가고, 평일에도 늦게 들어오는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몰래 핸드폰을 들어가 보았다. 애인이 생긴 것이 확인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 매우 흔한 스토리다. TV 프로 ‘사랑과 전쟁’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영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경우 제대로 상담해주는 컨설턴트가 없다.

그래서 영자는 이런 경우, 혼자 고민을 시작한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 갑자기 바람이 난 경우, 부인이 이런 사실을 주변 사람과 상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형제 또는 친정부모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초기 단계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아직 확실한 증거를 잡지 않았고,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이른 단계다. 그리고 여자 친구들에게는 상의를 해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공연히 나쁜 소문난 나게 될 위험도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가 파경에 이르게 되면 속으로는 고소해하는 친구도 많다.

이혼전문변호사와 상의하는 것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 그렇다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와 상의하기도 그렇다.

결국 많은 경우, 혼자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때 핸드폰을 캡처하여 상대방 번호도 알고, 카톡의 내용을 증거로 확보한다. 조용히 상대 여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카톡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직접 남편에게 들이대고 따진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대처방법이다. 아무리 카톡의 내용이 진하게 되어 있고, 애인 사이인 것이 명백하고, 더 나아가 성관계까지 진행된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갑자기 그것만을 증거로 들이대면 남편과 상대 여자는 당연히 부인(否認)하게 된다.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이런 경우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딱 잡아떼거나 거짓말을 하면, 카톡이나 통화 내역만 가지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장난 대화라고 우기기도 하고, 우연힌 한번 만났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분적인 증거만 가지고 곧 바로 남편이나 상대와 따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자로서는 일단은 흥분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믿었던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순간 공황상태가 된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나를 철저하게 속이고, 바람을 피다니...’‘이제 우리는 끝장이다.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어.’등등 걷잡을 수없는 심리상태가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우선은 남편에게 자신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색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두뇌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남편이 방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겉으로 평상시와 똑 같이 행동해야 한다. 차분하게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잘못하면 과잉반응을 보여 의처증세를 얻기도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선입관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방의 모든 말과 행동이 거짓말로 보인다. 그리고 관찰자 혼자서 의심병이 깊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자신이 관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그렇게 되면 관찰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단계에서 더 관찰을 계속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사안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상대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서도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성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바람난 남편을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우연히 남편의 증거를 확인했지만, 지금부터는 의도된 관찰자가 되어 보다 상세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함정수사를 하는 수사관의 입장과 비슷하다. 이미 수사관은 상대방이 범죄를 계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범죄인에게 함정을 파놓고, 덫을 쳐놓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영자는 계속해서 남편의 핸드폰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잘못하면 남편이 눈치 채고 더 이상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때 영자는 이런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 불법 도청이나 불법 위치추적기, 불법 복제폰 등을 구입하여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불법이 문제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 흥신소에 의뢰하여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도 위험하다.

일단은 영자 혼자의 힘으로 조심스럽게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름대로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을 경우,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 영자로서는 먼저 사안의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남편이 가볍게 연애를 하는 정도인가? 아니면 심각한 단계에 돌입한 것인가? 술집 여자와 같이 큰 문제가 아닌 정도인가? 등등에 관해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한번 잘못한 것을 가지고 이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남편에게 혼자 조용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안에서는 친정 부모나 형제, 또는 친구들과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여러 사람에게 알려 놓으면 나중에 남편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사안이 크게 중하지 않아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경우는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부부간에 있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일단 부부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아내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게 된다. 만일 아내가 처녀결혼을 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내는 연애하여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자신의 처녀성을 바친 상대다. 그래서 성관계를 오직 남편과 해왔는데,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편이 매우 더럽게 인식된다.

때문에 남편과 계속 살아도 그런 더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만일 여자가 처녀결혼이 아니고, 재혼이거나, 결혼 전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면 약간 다르다.

처녀결혼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나중에 두고 두고 후유증으로 남게 되어 끝내 이혼까지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일단 아내가 파악해보니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여지고, 남편도 더 이상 바람을 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서 이혼하지 않고 살기로 하는 경우에 어떤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경우 많은 여자들이 남편에게 실제 있었던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상대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한다. 어떤 여자는 더 나아가 다시 바람을 피면 이혼하겠다든가,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각서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각서의 효력이다. 각서가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혼인이라는 신분관계에 관한 각서는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그대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고만 될 뿐이다. 위자료 지급을 약속하는 경우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일응 위자료금액의 참고는 될 지 몰라도, 과도한 금액을 약정해 놓는 것은 무효로 돌아갈 위험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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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4)

 

TV를 보니 또 어떤 유명 인사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남성은 지하철 내부, 건물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에서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하의 속 부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찰영했다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의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복원하여 범죄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미경도 이런 뉴스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탈 때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혹시 누군가 자신의 치마 속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미경의 뒤에 바짝 달라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 남자는 없었다. 미용실에서 이런 걱정을 손님들에게 했더니, 대부분 사람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어리거나 젊은 여자들의 치마 속을 찍지, 무엇 때문에 그 남자들도 바쁜 시간에 마흔살 넘은 여자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겠어요? 원장님도 꿈을 깨세요. 늙은 여자들 치마 속은 돈을 주고 찍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그 남자들이 절대로 찍지 않아요. 잘못 찍었다가는 휴대전화 안에 들어있는 젊고 날씬한 여자 치마 속 사진이 모두 질이 떨어질테니까.”

 

그래도 나이 들었어도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짧은 치마 입고, 색깔 있는 팬티 입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면 뒷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으니까 변태 남자들이 실수로 찍어주지 않을까요?”

 

원장님은 저렇게 세상을 몰라서 큰일이야. 아니 그런 남자들은 상습범이고 프로들인데, 딱 보면 늙었는지, 젊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범인은 갑자기 아무 여자나 보고 찍은 게 아니야. 자신이 찍은 여성을 사전에 뒤쫓아가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에 대단히 긴장한 상태에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찍는 거야. 그러니까 정작 사진을 촬영할 시점에는 이미 대상자 여성의 모든 것을 외관으로 판단하고 찍는 거야.”

 

아니 사모님은 어떻게 그렇게 남자들의 심리나 행태를 잘 알아요?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누가 그런 일을 하다가 문제된 적이 있는 거 아니예요?”

 

그게 아니고, 우리 아빠가 옛날에 경찰관으로 오래 근무했잖아. 서당개도 3년 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나도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래. 그러니까 원장은 절대 찍힐 염려가 없으니까 마음 놓고 걸어다녀요. 그리고 오히려 원장 속이 찍히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요. 나 같으면 찍어줄 애들만 있으면 매일 치마 입고 지하철 2호선 뱅뱅 돌고 싶네. 하하하...”

 

미경은 따라 웃으면서도 서글펐다. 벌써 나이가 45살이라 남자들 눈에 늙어보이고, 성적 매력이 없어졌다는 판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군대에 현역으로 가서 나라에 충성하고 싶은데,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고 돌아온 청년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요새 남자들이 왜 저렇게 성적으로 일탈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 치마 속을 몰래 사진 찍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면 수영복 차림의 여자 사진은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다. 사진작가들이 작품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은 외국 미인들의 거의 알몸 수준의 사진들이 수백만 컷트가 올라와 있는데, 왜 남자들은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들키면 개망신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미경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꾸로 여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미경은 그런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바지 속을 불법 찰영하여 문제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여자가 남자 탈의실이나 화장실에서 남자를 몰래 촬영하여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해놓고 수시로 보고 즐기는 여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성적 취향의 차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미경은 생각했다. 그런 변태성 남자들은 교정방법으로서 밀폐된 공간에 모아놓고, 벽에 여자 나체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하루 8시간 교육시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섹스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도록 한다.

 

일주일만 그렇게 특별교육을 시키면 나중에는 여성의 나체나 신체에 관해 진절머리를 치면서 두 번 다시 재범을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생각했다.

 작은 운명 (14)

 

TV를 보니 또 어떤 유명 인사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남성은 지하철 내부, 건물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에서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하의 속 부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찰영했다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의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복원하여 범죄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미경도 이런 뉴스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탈 때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혹시 누군가 자신의 치마 속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미경의 뒤에 바짝 달라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 남자는 없었다. 미용실에서 이런 걱정을 손님들에게 했더니, 대부분 사람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어리거나 젊은 여자들의 치마 속을 찍지, 무엇 때문에 그 남자들도 바쁜 시간에 마흔살 넘은 여자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겠어요? 원장님도 꿈을 깨세요. 늙은 여자들 치마 속은 돈을 주고 찍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그 남자들이 절대로 찍지 않아요. 잘못 찍었다가는 휴대전화 안에 들어있는 젊고 날씬한 여자 치마 속 사진이 모두 질이 떨어질테니까.”

 

그래도 나이 들었어도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짧은 치마 입고, 색깔 있는 팬티 입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면 뒷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으니까 변태 남자들이 실수로 찍어주지 않을까요?”

 

원장님은 저렇게 세상을 몰라서 큰일이야. 아니 그런 남자들은 상습범이고 프로들인데, 딱 보면 늙었는지, 젊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범인은 갑자기 아무 여자나 보고 찍은 게 아니야. 자신이 찍은 여성을 사전에 뒤쫓아가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에 대단히 긴장한 상태에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찍는 거야. 그러니까 정작 사진을 촬영할 시점에는 이미 대상자 여성의 모든 것을 외관으로 판단하고 찍는 거야.”

 

아니 사모님은 어떻게 그렇게 남자들의 심리나 행태를 잘 알아요?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누가 그런 일을 하다가 문제된 적이 있는 거 아니예요?”

 

그게 아니고, 우리 아빠가 옛날에 경찰관으로 오래 근무했잖아. 서당개도 3년 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나도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래. 그러니까 원장은 절대 찍힐 염려가 없으니까 마음 놓고 걸어다녀요. 그리고 오히려 원장 속이 찍히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요. 나 같으면 찍어줄 애들만 있으면 매일 치마 입고 지하철 2호선 뱅뱅 돌고 싶네. 하하하...”

 

미경은 따라 웃으면서도 서글펐다. 벌써 나이가 45살이라 남자들 눈에 늙어보이고, 성적 매력이 없어졌다는 판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군대에 현역으로 가서 나라에 충성하고 싶은데,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고 돌아온 청년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요새 남자들이 왜 저렇게 성적으로 일탈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 치마 속을 몰래 사진 찍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면 수영복 차림의 여자 사진은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다. 사진작가들이 작품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은 외국 미인들의 거의 알몸 수준의 사진들이 수백만 컷트가 올라와 있는데, 왜 남자들은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들키면 개망신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미경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꾸로 여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미경은 그런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바지 속을 불법 찰영하여 문제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여자가 남자 탈의실이나 화장실에서 남자를 몰래 촬영하여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해놓고 수시로 보고 즐기는 여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성적 취향의 차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미경은 생각했다. 그런 변태성 남자들은 교정방법으로서 밀폐된 공간에 모아놓고, 벽에 여자 나체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하루 8시간 교육시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섹스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도록 한다.

 

일주일만 그렇게 특별교육을 시키면 나중에는 여성의 나체나 신체에 관해 진절머리를 치면서 두 번 다시 재범을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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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13)

 

세상이 어수선해서 그런지 뉴스를 보는 것이 겁이 날 정도였다. 현직 검사가 채팅앱을 통해 만난 성매매 여성과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찰에서는 채팅 앱을 이용해서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을 구한다는 글을 추적한 경찰이 경찰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오피스텔 현장을 급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오피스텔 안에 있던 성을 매수한 남자는 다름 아닌 현직 검사였다는 것이다. 미경은 강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교수님. 남자들은 다 저래요? 검사면 무지하게 높은 사람 아니예요? 그런데 어떻게 직업 여성과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관계를 할까요? 저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건가요?”

 

미경은 옛날 자신을 농락했던 사기꾼 선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선우는 미경에게, ‘출세하고 재벌이 되려면 남자는 정력이 세야 하는 거야. 정력이 약한 남자는 절대로 출세를 할 수 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끝나는 거야.’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미경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강 교수는 혀를 찼다.

 

저런 사람은 아주 드물 거예요. 요새 검사들이 그렇게 언론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데도 저렇게 성매매나 하고 있는 검사도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 어려워요. 아마 결혼을 하지 못했던가, 아니면 부인이 있어도 관계를 하지 않는 관계라 그런지 모르지요?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예요. 저러다 걸리면 한 순간에 인생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미경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강 교수 앞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술에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혀가 약간 꼬부라지고 가끔 고개를 테이블쪽으로 숙였다.

 

강 교수는 미경에게 술이 너무 과한 것 같으니, 그만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기사를 불렀다. 강 교수는 자상하게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미경의 차에 같이 타고 미경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경이 차 안에서 술 때문에 강 교수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 가만히 받아주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강 교수는 미경과 단 둘이서 만나게 되었다. 강 교수 매너는 너무 깨끗했다. 미경은 이처럼 지적인 남자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으므로 곧 자신의 마음을 주었다.

 

강 교수가 미경과 가까워진 이유는 미경에게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 미경은 지금까지 남자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여자같이 강 교수에게 느껴졌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여자들과 연애를 해보았지만, 미경처럼 속궁합이 잘 맞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강 교수는 더욱 많은 시간을 미경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강 교수를 찾아왔다.

 

당신은 교수로서 어떻게 남의 애인과 연애를 하는가? 가만 두지 않겠다. 지금 당장 각서를 써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개망신을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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