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어둠>

늦은 가을 밤
깊은 상념에 잠 못이루고
눈을 감으면
환한 공간 속
그리움이 맴돈다

밖을 보면
캄캄한 밤의 빛
고요와 은둔을 만드는
어둠만이 있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수은등에 걸려 있고
창백한 철학자는
횃불을 든 채 서 있다

한밤의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본다
어둠을 밝히려는
정의의 기사가 말을 달린다
흑색의 순수 속에서
순백의 빛을 본다

동이 틀 때까지는
먼 산을 응시하여야 한다
가장 진한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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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한 욕망

문득 빛과 그림자가 겹쳤다
복잡한 미로에서 벗어나
다시 별을 찾는다

삶의 진실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강을 건넌다
사랑을 포기한 사람들이
물위에 꽃잎을 뿌리고 있다

허망한 욕망들이
벌거벗은 채 뒹굴고
눈물을 흘리며 잊어야 하는
아픈 추억들이 알알이 맺혀
진한 상실감에 지치고 만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거야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인지도 몰라
그냥 꿈속에서 껴안았던
애매모호한 그림자였을 거야

그토록 아름다웠던 슬픔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착각에 빠뜨리고
순간에서 영원으로
시간을 정지시키려 했다

서로가 바보가 되어
심야의 거리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고
마침내 멈추고 난 다음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사랑의 화염과 폭약의 냄새

맑은 거울 앞에서
순수를 동경하며
타락을 거부했던 시간들
아마존의 밀림에서 태양을 향해
창을 던지고 있었다

너는 먼길에서 돌아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황폐해진 정신으로 나타나
사랑을 부정하고
아픔과 슬픔을 마취시킨 채
우리들의 이름을 공허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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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 알았더라면

이런 줄 알았더라면
더 빨리 당신에게 다가갔을 거예요
숨을 죽인 채
흙속에서 솟아오르는
샛노란 봄꽃처럼
사랑이 가슴 속을 채우면
아지랑이 같은 현란함을 느끼며
당신 어깨에 기댔을 거예요

이런 줄 알았더라면
마음을 모두 비웠을 거예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비춰주는
한 줄기 빛처럼
사랑은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든 삶의 여정에서
꿋꿋한 등대가 되었어요

이런 줄 알았더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일찍 건넜을 거예요
아무런 생각 없이
오직 당신만을 향해
말없이 걸어갔을 거예요

어떤 미련도 없이
어떤 후회도 없이
한 사랑을 찾아
불나비처럼 몸을 던졌을 거예요

이런 줄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목숨보다 소중한
인연의 사슬의 무게를 느끼고
당신 없는 황야에서
마주하는 거센 바람은
사랑이 떠난 자리에
눈물만 뿌리고
슬픔 사랑의 불꽃을 태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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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때문일 거야

바람이 손짓을 한건
그리움 때문일 거야

진한 그리움은
강물 되어 흐르고
강물은 그리움 되어 흐르네

바람이 울었던 것은
내 마음의 소리일 거야

한밤의 보고픔은
별빛 되어 비추고
별빛은 슬픈 그림자 되어 머무네

그립다가 보고 싶고
보고프다 그리워지고
얼굴은 강물에 그려지고
이름은 별빛에 써지네

바람이 강물에 내리고
별빛이 강물에 내린 건
그리움 때문일 거야

너무 그리워
눈물이 별빛 되고
강물이 별빛 되면
그리움은 강이 될 거야

바람이 손짓을 한건
그리움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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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어릴 적 꿈을 꾸었어요
아름다운 사랑
하얀 순수를 담은 사랑
그런 사랑을 꿈꾸었어요

처음부터 님은
먼 곳에 있었어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높은 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님을 향한 일념으로
그곳으로 올라갔지요
내가 꿈을 꾸었던
님은 바로 그곳에서
팔을 벌려주었어요

목련이 무섭게 피어있는 밤에
님을 껴안고
밤새 울었어요
사랑한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님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새벽녘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님은 사라졌어요
잡을 수 없는 별을
손에 넣으려고
더 높이 올라간 거예요

지금 나는 알아요
님은 먼 곳에 있다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이
아주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비록 먼 곳에 있어도
서로의 마음 속에는
서로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아주 가까운 곳에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나는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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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

삶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의식이 잉태되던 날
우리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좌표에
점 하나를 찍었다

살아 간다는 건
하늘 보다는
땅을 보는 날이 많음을
가슴으로 아는 것이다

삶에는 가시가 있다
목 속에 깊이 박혀
빼낼 수도 없는
태어 날 때부터
지니고 살아야 하는
아픈 가시가 있다

가시는
아프게도 하지만
삶을 깊이 있게 한다
우리의 삶이
가시를 떠나지 못하는 건
가시가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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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건

누구를 그리워하는 건
하고 싶어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의도하지 않아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진다.

그리움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그리워하는 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신을 부정하고
오직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움은 독을 품은 장미꽃
서서히 사람을 시들게 만든다
그리워하다가 언젠가 죽는다

그리울 때엔
창 밖을 보아야 한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
그리움은
저 혼자 깊어가고
저 혼자 아주 높은 곳으로 날아간다

오늘 또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라
그리움에 묻혀
한 곳에 있으면
서서히 내리는 눈에 덮이는 것처럼
매우 위험하다.
체온을 잃고 의식을 잃을지 모른다

그리워하는 건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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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는 길

사랑은 조용히 온다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다가온다
네가 올 때도
나는 몰랐다
내가 다가갈 때도
너는 몰랐다.

사랑은 때로 길을 잃는다
정말 사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기에
우리는 방황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채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밤이 깊어도
이슬이 내려도
사랑은 저 혼자 젖어만 갔다

사랑은 한 길로 간다
우리가 사랑할 때
다른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다

사랑이 눈물 되어 떨어지던
그 길에는
멀리 떠났던 철새들이
다시 돌아와
우리 사랑에 안부를 묻는다

사랑은 소리 없이 떠난다
그토록 아픔을 주었던
사랑이 둥지를 허물고
낙엽 따라 떠났다
바람도 숨을 죽인 채
사랑을 보냈다

아주 먼곳으로 떠난 사랑은
아픈 이름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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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랑>

가을을 보내는 사랑이 슬프다
하얀 화폭에서
뜨거운 삶을 잉태했던
사랑의 색깔은 무엇일까

겨울을 맞는 사랑이 슬프다
우리가 밤새 빚었던
오랜 세월의 그릇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사랑하면서도
서로 소유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
그 사랑이 어느 별에 닿아
슬픈 화석을 남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 밤에 들리는 소리
너와 나의 심장 속 깊이
고동치는 사랑의 소리
그 소리에 잠 못 이루고
뜨거운 눈물 흘려도
우리의 사랑은
아름다운 슬픔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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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울면 나도 울었다(When You cried, I cried)

아무 것도 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던
그 차가운 겨울 밤
너는 울었다
네가 울면 나도 울었다

진한 외로움을 안은 채
초원으로 나갔다
그곳에도 외로움은 있었다

길을 잃은 사슴이
내게 길을 물었다
사랑을 잃은
나도 길을 물었다

너에게는 내가
내게는 네가 있어야 했는데
바람이 혼자 지나가듯
별이 혼자 빛나듯
우리는 모두 혼자였다

둘이 아니라는 숙명은
하나가 되지 못한 것보다
더 깊은 아픔이었을까

밤이 깊어가면
너는 나에게 빛이 되고
나는 너에게 어두움이 돤다

그 빛과 어두움은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한다

사랑이 갈기갈기 찢겨
응어리진 가슴은
화산 속으로 던져지고
불길 속에서도
너를 향한 그리움은
붉은 색깔로 피어난다

그렇게 멀리 떠났던
초원의 사랑은
겨울 바람을 따라
망각될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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