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떠나지 못하고>

떠난다고 하면서
차마 건너지 못하고
잊는다고 다짐하면서도
더욱 선명해지는 건
가을바람 탓이다

나를 스쳐간 바람조차
정이 들었고
멀리 날아간 낙엽까지
가슴을 붉게 물들였다

달빛에 녹아 떨어지는
삶의 애환들이 파편처럼
은행잎과 뒤섞이고
몸으로 그렸던 그림들은
희미한 가로등 아래
추위에 떨고 있다

사랑을 잃고 살아가는 건
그리움을 붙잡고
보고픔을 부르며
이별을 바라보는 일이다

헤어짐은 그리움 때문에
그리움은 헤어짐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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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잎>

간 밤에 꽃잎을 보았어요
꽃잎은 바람에 실려
내 앞에 다가왔고
별빛을 받아 빛났어요

사랑을 담은 꽃잎은
우리들의 이름을
밤하늘에 뿌렸어요

별이 내리는 호숫가에서
우리는 꽃잎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어요

차가운 새벽이 와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변치 않을 거예요
물안개 피는 그곳에서
두 영혼은
영원을 확인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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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강가

겨울의 강가에 섰다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며 정지한다

얼마나 많은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었을까?
그리워했던 날들도
어찌 보면 한낱 허망한 그림자를
손에 쥐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노적봉 앞에서
다시 벌거벗은 몸으로
모든 위선과 가식을 버리고
서산에 지는 위대한 태양의 빛으로.
잠시 나의 초라함과 부끄러움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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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은행잎이 너무 쌓여
가을이 깊은 줄 알았어
수은등에 비친 표정에서
낯선 운명을 예감했던 거야

그냥 좋았어
같이 걷은 것만으로 행복했고
동행의 소중함을 느꼈어

네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내가 네 속으로 들어간 것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마음을 나누었던 거야

진하게 뒤섞인 둘은
언제나 불완전한 하나인 거야

그래서 늘 불안하고 아팠어
내 안에 네가 슬플 때
내 속의 네가 아플 때
슬픔은 내게로 밀려왔어
아픔은 내게로 들어왔어

이젠 어쩔 수 없어
낯선 장면은 모두 사라지고
익숙해진 시간과 공간
모두 우리들의 것이 되었어

어제처럼 그대로 있어
둘이 밀착되어 하나처럼
오늘도 같은 방향을 바라 봐
그래야 함께 갈 수 있으니까
내일도 다시 손을 잡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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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의미>

 

 

함박눈이 내리는 창가에 서서

너를 그리고 있다

 

커피잔에 쏟아지는 그리움에

가만히 눈을 감는다

 

우리가 마지막 나누었던

붉은 빛 언어의 의미가

마른 가지에 걸쳐있다

 

가슴 속에 담은 너의 미소를

작은 새가 입에 물고

너 있는 곳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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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 픔>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모든 슬픔을 모아보자
나를 죽음까지 몰고 갔던
깊은 슬픔들

몸의 아픔보다
마음의 아픔이 진한 것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내 마음이 너에게 전달되고
네 영혼의 빛을 보았을 때였다

슬픔으로 마비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한낮의 거리를 나선다
잿빛 가지에 걸린 연과
먹다 버린 사과 반쪽에서
내 인생의 초라함을 본다

슬픔은 공기 보다 무겁다
폐 속에 가라앉아 움직이지 못하면
그를 내뱉을 힘 조차 없는 시간
서편에 바람이 분다
심호흡을 하면
슬픔이 요동친다
그런 파도에 작은 배 같은 내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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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사랑을 했다

낯선 도시에서
나는 울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순환지하철에서
시간은 멈춰 있고
퇴색된 철로에는
욕망들이 버려져 있다

보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느껴지고
만질 수 없어도
두 숨결은 다가왔다
그건 도시의 방식이었다
바다 위에는
낯선 섬들이 많이 보였다

아주 진한 허무 속에서
생명은 잉태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은 구원이 된다

차가운 아스팥트를 껴안으며
우리가 사랑을 했던 건
허무와 어둠 속에서
살아남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모른다
삶과 구원을 모르듯이
사랑은 무척 낯설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랑이 다가왔다

어제도 우리는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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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은 언제나 아픔을 품고 있다
아프지 얺으면 사랑이 아니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다

바다가 평온할 때는 사랑을 보지 못한다
파도가 쳐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은은한 파도는 조용한 사랑을
거센 파도는 격정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무서운 기세로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우리 사랑의 강도를 생각한다
그만큼 아픔도 밀려온다
사랑이 파도처럼 아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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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

어디선가 강렬한 기타소리가 나면
내 가슴도 떨린다
왜 울고 있는 걸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오늘 밤
비를 맞으며
절망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숨이 막히듯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뒤따르는 무거운 하모니
우리는 하나였던 것일까

다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네가 남겼던 열정의 흔적이
소리 없이 사라진 시간
너는 한낱 의미없는 그림자처럼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너를 잊을 수는 없어
너는 존재였고 의미였기 때문이야
네 앞에서 한없이 초라했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에 갇혀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어

어두움속에서
작은 새가 추락하고 있어
날개도 부러진 채
우리 앞에서 신음하고 있어

이미 사랑은 날아간 거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광란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
그곳에서 죽음처럼 가라앉았어

새벽 파도가 밀려오고 있어
낙엽같은 작은 배가
고기를 가득 싣고 오면
밤을 샌 아낙네들이
뱃속에서 알을 꺼내
사랑의 잉태를 위해
다시 바다에 던지는 거야

이제 잠을 자야 할 시간이야
너의 이름은 이미 지워졌어
파도에 실종된 배 안에
슬픈 사랑은 산산조각이 났어

새벽이 되면
붉은 해는 떠오를 거야
그때 우리는 파란색으로 부활하고
영원에 갈급한 나머지
깊은 심연의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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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던 밤

그날 밤 그 자리
물안개 피던 강변에서
첫사랑에 전율을 느끼며
우리는 눈물을 흘렸지요

눈 앞에 펼쳐지던
끝없는 초원에서
작은 사슴을 쫓아
붉은 장미를 따라
밤을 새워 속삭이던 밀어
아무 것도 아낄 것이 없었어요

가을비가 밤새 내리던 날
너무 뜨거워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랑은 낙엽 따라 흩어지고
홀로 쓸쓸히 걷던 돌담길
그곳에 사랑의 진실을 묻었어요

이젠 아무 말 하지 말아요
해가 바뀌어 비에 젖은 목련꽃이
무섭게 떨어진 그 자리에
사랑이 피맺힌 한을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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