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남자가 바람을 피면 죽어서 어떻게 될까?
정혜는 남편이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문화적 소양이 결여된 한심한 인간으로 보았다. 일만 하는 매우 이기적이고 감성이 없어 불쌍하다고 했다. 정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혼한 다음 바람을 피는 남자가 나오면 몹시 흥분하면서 분개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한 다음 나중에 바람 피는 주인공은 빨리 죽어야 한다고 저주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뒷바라지를 해서 판사나 의사를 만들었는데, 출세하니까 다른 여성 법조인이나 여성 의사와 결혼하는 장면이 나오면 방금 전에 맛있게 먹은 스테이크와 와인을 모두 토해냈다. 그 바람에 비싸게 새로 구입한 쇼파에 지독한 냄새가 배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몇 번 옆에서 지켜 본 강 교수는 자신이 바람을 피는 것을 정혜가 알게 되면, 아내가 그 자리에서 기가 막혀서 죽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강 교수는 아내 정혜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살인죄나 업무상과실치사죄, 또는 자살방조죄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지 않나 걱정을 했다.
아는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한 달 동안 법률검토를 했다고 하면서, 그런 경우에는 강 교수가 바람 핀 행위와 아내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강 교수는 절대로 징역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아주 명쾌한 유권해석을 해주었다.
강 교수가 아는 유명한 신학대학교 원로 교수는 그렇게 되면 강 교수는 죽어서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져 활활 타는 유황불에 던져져서 매우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고, 지옥에서는 다른 여자를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여자 좋아하다 성폭력범으로 감방에 들어가서 징역 사는 동안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고통스럽고 힘들 텐데, 그런 징역은 1년 내지 2년이면 끝나고 다시 나와서 또 성관계를 할 수 있겠지만, 지옥에서는 아무런 기한이 없는 영원한 형벌이라 지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여자와 살을 섞지 못하게 될 것이니, 그렇게 해서는 큰일 난다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강 교수는 이 교수님 말씀에 귀가 번쩍 뛰었다. 다만, 바람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지옥에서 유황불에 반드시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강 교수는 조심스럽게 신학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교수님!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있었던 간통죄도 폐지되고, 혼인빙자간음죄도 폐지되었는데, 남자가 바람 좀 피웠다고 지옥에서 그렇게 심하게 할까요? 지금은 조선 시대와 달라서 프리섹스이고 오직 성적 자기결정권만 문제되니까, 혹시 지옥에서도 정상참작이 되어서 일년 정도 성관계를 금지하는 정도로 처리되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신학교수는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심도 있게 연구를 해서 결론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교수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고 ‘지옥론’에 관한 서적을 모두 찾아서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강 교수가 잘 알고 있는 연세 많은 스님이 계셨다. 강 교수는 스님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스님은 마침 절에서 내려와 강 교수 있는 곳에서 가까운 식당에 계셨다. 스님은 전립선암 판정을 받으셔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스님. 제가 만일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면 죽어서 어떻게 될까요?”
"교수가 왜 바람을 피워?“
“아니, 제가 지금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으로 결혼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하면 죽어서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요? 그리고 사실은 저희 아버님도 어머니 이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을 많이 피웠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60살 때 30살 먹은 다방 여종업원을 건드려서 아이까지 낳았고, 그 아이는 외국으로 입양까지 시키셨어요. 그래도 아버님은 천국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용한 사주역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요.”
스님은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다 쓸데없고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야. 나는 절에 있기 때문에 금욕을 하고 지내다 보니 전립선이 나빠졌어. 그래서 남자는 절대로 금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 바람 피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냐. 문제는 결혼해서 부인이 있는 사람이 바람을 피고 부인과 사이가 나빠지거나 가정에 소홀하게 되니까 문제인 거지. 그러니까 부인 몰래 바람을 피는 기술을 배워야 해. 그리고 바람을 피더라도 가정에도 잘 하고, 상대 여자에게도 마음 아프지 않게 잘 해줘. 그게 남자의 도리야. 옛날에는 왕이 수백명의 여자들을 잘 데리고 살았잖아?”
강 교수는 나중에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지만, 혹시 어렵게 딴 교수 자리가 날라가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교수 파면도 그렇고, 혹시 골프 치러 갔다가 벼락이 치고, 골프 아이온 채 때문에 네 명의 플레어어 가운데 강 교수만 머리 정수리에 벼락을 맞아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하지만 모두 미신이고 현대 과학문명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제쳐버렸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아주 정확한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유명하다는 역학자를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역학자는, “당신 사주와 관상, 손금, 발바닥금, 체형, 음성 등을 종합해 볼 때, 당신은 어쩔 수 없이 바람을 많이 피게 타고 났어. 그것 때문에 언젠가는 큰 화를 당할 거야. 그리고 당신에게는 절대로 좋은 여자는 나타나지 않아. 모두 이상한 여자들만 나타나서 달라붙을 거야. 그렇지만 타고난 운세와 운명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할 생각도 하지 마! 그걸 피하려고 하면 더 큰 화를 당하게 되는 거야.”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 대목에서 강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왜 이상한 여자들만 내게 나타난다는 것이지? 정말 더러운 운명을 타고났네!’
강 교수는 워낙 어려운 환경에서 처가의 도움으로 박사가 되고 교수까지 되었기 때문에 바람을 필 때도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 일단은 부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최선의 노력을 했다.
여러 가지 연구를 해서 외도에 대한 증거를 사전에 없애버리고,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 불필요한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했다.
우선 증거란 무엇인가 관해 법률서적을 샅샅히 뒤져보았다. 결혼한 다음 배우자의 부정행위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법서와 대법원의 판례, 지방법원의 판결을 모두 검토했다. 증거인멸죄에 관한 논문도 찾아서 읽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상 어떤 증거가 문제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넷 서치를 광범위하게 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증거란 매우 단순한 것들이었다.
남자의 와이셔츠에 루즈를 묻혀온다든가, 남자의 내복에 이상한 분비물의 흔적이 남았다든가, 핸드폰에 남아있는 문자메시지, 카톡메시지, 메신저메시지 등이었다.
또는 복제폰이나 비밀녹음장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또는 흥신소에 의뢰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었다. 몇 달 동안 이런 분야의 연구를 하니 강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다.
‘남자가 바람 필 때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법과 문제점’으로 학위논문을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내용으로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하거나 어디 돌아다니면서 공개강의를 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였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