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0)
그러는 가운데 혜경은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교복에서 자유복으로 갈아입은 혜경을 밖에서 처음 만난 윤석은 흠칫 놀랬다. 마치 천사를 만난 것 같았다. 우연히 대학로에서 만나 함께 찻집으로 들어갔다.
“대학생활이 어때요?”
“지긋지긋한 공부에서 해방이 되어 편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려고 해요. 부모님들도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걸 하라고 하셨어요.”
“그동안 시험 준비하느라고 고생이 많았어요.”
“고등학생때에는 잘 몰랐는데, 대학 들어와 보니 선생님이 다니는 의대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공부를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힘드시죠?”
혜경의 하얀 치아가 드러났다. 윤석은 자신이 꿈속에서도 보고 싶어 하던 혜경의 그 미소에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의대공부가 어렵다는 것을 혜경이 알아주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아졌다. 윤석은 혜경과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헤어졌다.
그로부터 며칠간 윤석은 번민에 빠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워졌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뾰족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차라리 혜경이 시험에 떨어져 재수를 했더라면 자신이 1년간 더 과외지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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