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와 유통의 공생
가을사랑
대리점은 본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생산회사는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회사는 대리점을 모집하고, 회사에서 선택한다. 그리고 대리점계약을 체결한다. 잘 팔리는 물건의 경우에는 서로 대리점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연히 회사가 갑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2013년 5월 14일 주류 대리점주가 자살해서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대리점주 A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A씨는 신제품 판매를 위해 냉동 탑차 3대를 각각 2천만원에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 돼 적자가 쌓여갔다고 한다. 대리점을 하기 위해서는 점포를 얻어야 하고, 운송차량을 갖추어야 한다. 적지 않은 투자금이 들어간다.
주류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은 심한 편이라고 한다. 주류제조회사가 직접 술을 팔 수는 없기 때문에 주류유통면허를 갖고 있는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출고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 되면 도매상에 술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많이 팔리는 술에 끼워 억지로 떠안기는 수법이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도매상은 팔리지 않는 물량의 술을 떠안고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류 출고실적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다 보니 업체간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일단 술을 만들어 대리점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사의 월 목표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미니어처 술, 물병, 술잔, 비누 등 판촉품을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선물하고 무료 시음행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원래는 판매량의 2∼3%를 판촉비로 본사가 지원하는데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판촉비는 대리점이 물어내도록 하고 있다.
공장에서 대리점을 통해 물건을 파는 구조는, 곧 제조사가 유통까지 장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유통의 기능인 ‘좋은 상품을 골라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기능은 없다. ‘제조와 유통의 일원화’는 경제선진화에 걸림돌이 된다. ‘혁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도, 유통을 시킬 수 없어 도태돼고 말기 때문이다.
제조 기업이 ‘유통’까지 장악하고, 새로운 경쟁자인 신생 기업이 나타나는 것을 원천 봉쇄해 버린다. 그래서 제조가 유통을 장악하고, 유통은 제조에 종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통’이란 산업이 ‘제조’라는 산업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굴욕적인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유통의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