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아들이 술을 마셨다고 충격을 받고 장로인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다

 

상홍 아버지는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결과 집사에서 장로까지 올라갔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상홍 아버지는 매일 성경을 읽었다. 심지어는 방언을 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홍 아버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면서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교회에도 가족 모두를 데리고 갔다. 상홍도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 아버지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했는데, 교회를 다니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졌다.

 

상홍 아버지는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에는 가족회의를 했다. 아버지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앞으로 가족이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각자 발표하도록 했다. 그리고 매달 초에는 월례회의를 했다.

 

한 달 동안 가족 구성원이 각자 할 일, 목표 등을 발표하도록 했다. 상홍과 상홍의 누나는 처음에는 이러한 가족회의에 대해 거부반응이 컸지만, 아버지가 계속해서 강행을 하니 하는 수 없이 따라가게 되었고, 나중에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순응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매년 1월 1일이 되면 아침 10시에 가족들 전체를 모아놓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를 하기 전에 거실에서 모여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까지 했다. 물론 반주는 스마트폰에서 틀었다.

 

아버지는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세워놓는 태극기도 신년행사를 할 때 준비했다. 신년사는 아버지가 며칠 동안 공을 들여 만들었다. 아버지는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 때 기념사를 읽듯이 서면으로 작성한 신년사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작년 한 해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웅대한 꿈을 가지고 보다 나은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로 시작해서 30분 동안 5분간 이어졌다.

 

아버지의 신년사는 처음에는 별 것 아니었는데, 점차 세련되어졌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어디에서 구했는지, 거의 대통령 수준의 신년사였다. 아버지의 목표는 미국 대통령의 신년사 정도로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모든 내용을 포함시키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 신년사에는 지구 환경의 보전문제, 현대 사회에서의 성적 문란, 북한 핵문제, 코로나19에 대한 해결방법, 전세값 폭등 대책, 대학입시제도 개선방안, 사회지도층 인사의 성범죄, 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관한 모든 문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TV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어서 매우 진부하고 고리타분했다. 어머니는 서서 지루하고 재미 없는 거실에서 서서 신년사를 듣고 있다가 졸면서 뒤로 넘어져서 머리에 혹이 나기도 했다.

 

아버지는 신년사를 마친 다음에는 가족 모두를 인솔해서 국립현충원으로 가서 참배를 했다. 가족들은 고위공직자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국립현충원까지 가서 누구를 향해 참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상홍의 누나에게는 결혼 전 순결을 지킬 것을 강조했고, 상홍에게는 술과 담배,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상홍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잠자리도 중단했다.

 

이런 모범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어느 날 상홍이 술과 담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 다행이 응급실로 빨리 가서 일주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은 했지만, 반신불수가 되었다. 상홍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쓰러진 것에 대해 한없는 죄책감을 가졌다.

 

아버지가 일을 못하게 되자 가족들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상홍의 누나는 당시 남자 친구의 꼬임에 빠져 순결을 잃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런 사실을 절대 비밀로 유지했던 것을 상홍은 뒤늦게 알고, 누나의 지혜로움에 감탄했다.

 

아버지가 쓰러졌다가 다시 회복한 다음부터는 아버지 스스로 예전과 같은 엄격한 율법주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들은 폭압정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판세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처음에는 백상무와 정국영 두 사람이 각축전을 벌였는데, 시간이 가면서 맹공희 교수가 치고 올라왔다. 맹 교수는 젊고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이 먹은 여자들도 맹 교수에게 호감을 가졌다.

 

맹 교수는 40세에 출사표를 던졌다. 백 후보와 정 후보 진영에서는 너무 나이가 어려서 무슨 시장을 하겠느냐고 코웃음을 쳤다. 적어도 50대 후반이나 60살은 넘어야 세상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면적은 64만㎢로 한반도의 2.9배, 인구 6,500여만명, GDP 2조7,900여달러로 세계 6위인 나라의 대통령으로 마크롱이 취임할 때 그의 나이가 40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맹 교수는 결코 시장이 되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맹 교수 지지자들은 나이 든 사람들은 양로원이나 가 있어야지, 정치나 단체장을 한다고 머리 하얗고, 허리 구부정한 상태에서 옛날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아무리 고령사회라 해도 노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옛날 이야기나 취미 삼아 하고, 향수에 젖어야지,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4차원 인공지능시대에 컴퓨터도 하지 않고, 옛날 붓글씨로 한문이나 쓰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당파싸움이나 이조실록을 보고 말하고 있으면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적 대결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젊은 맹 교수를 좋아했다. 음성도 부드럽고 좋아서 아나운서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매사에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헤어스타일도 특이했고, 모든 것을 직접 함으로써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작은 운명 (73)

영순이 공철로부터 맞아서 고막이 파열된 지 한달 쯤 지났다. 그동안 공철로부터 당한 정신적 고통에서 겨우 벗어날 정도가 되었다. 영순은 남편의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죽기 전부터 그 친구와 남편이 금전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죽은 다음에도 영순이 남편 대신 돈거래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영순으로부터 돈을 빌려다가 사업을 해서 이자를 꼬박꼬박 주고 있었다.

가끔 영순을 만나 혼자 되어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드냐면서 위로를 해주고 술도 사주었다. 이날도 영순을 만나 술을 같이 마시며 영순의 남편 살아있을 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영순은 마음이 무척 울적해졌다.

남편 친구는 영순이 혼자 된 상태에서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고 아이들과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순의 남편이 여자를 좋아해서 그렇지 그것만 빼면 그렇게 의리있고, 남자답고 사업 열심히 한 사람 없다는 칭찬을 계속하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영순은 공철이 갑자기 더 미워졌다. 영순의 모든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었다. 영순은 술에 취하고 싶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남편 친구와 많이 마셨다. 영순이 술에서 깨어서 눈을 떠보니 술집 부근에 있는 모텔방이었다. 알몸으로 침대 위에 있었다.

남편 친구는 방에 없었다. 영순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었을 때, 남편 친구 명성은 영순을 모텔로 부축해가서 그짓을 한 것이었다.

영순은 기가 막혔다. 남편이 없다고 친구 조차도 자신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는가 싶었다. 도저히 명성을 용서할 수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명성이 그짓을 했다는 증거를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가? 명성이 사용했을 휴지나 수건을 찾아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의 몸속에 명성의 것이 들어있을 것 같아서 화장지로 닦아서 핸드백에 담았다. 하지만 침대 위에 있는 명성의 머리카락이나 체모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명성은 영순을 모텔방에 데리고 와서 곧 바로 그짓을 하고 샤워도 하지 않고 나간 것 같았다. 타월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남성의 피임기구를 사용해서 그짓을 하고 곧 바로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영순은 수사관이 아니기 때문에 치밀하게 준강간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순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남편 생각도 나고, 공철 생각도 나고, 명성에 대한 분노도 치밀었다. 한참 동안 울었다.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모텔을 나왔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공철이 혼자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영순은 고개를 숙이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공철은 멀리서 영순이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공철은 모텔에서 영순이 나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핸드폰으로 영순을 찍었다. 그리고 영순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영순의 배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그리고 발로 몇 차례 찼다. 그리고 영순의 얼굴에 침을 뱉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뛰어갔다.








작은 운명 (72)

영순은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요새 인터넷은 매우 편리한 도구이지만, 그 사회적 폐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범죄수법이 상세하게 공개되어 모방범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순은 남자 친구가 일방적으로 연인관계를 끊고 다른 여자를 만나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때 그 남자를 어떻게 복수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았다.

이런 사건이 눈에 띄었다. 22살 먹은 남자가 10살 연상의 여자와 연애를 했다. 두 사람이 연애를 하고 지내는 동안 여자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여자가 새로운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사실이 남자에게 알려졌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모텔방에서 싸움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한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그리고 혼자 모텔방에서 고민을 하다가 부근에 있는 지구대를 찾아가 자신의 범행을 자수했다.

남자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에서는 징역 1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영순은 이 사건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잘못하면 저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구나!’

모텔방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싸움을 하다가 남자가 흥분하여 이성을 잃으면 여자는 힘으로 당할 재간이 없다. 갑자기 목을 조르면 여자는 남자의 팔을 풀지 못하고 몇분 있으면 질식사하게 된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남자와 싸움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일단 피해를 당하면 그 다음 그 남자를 징역 보내고 사형시켜밨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이성을 잃고 폭력을 가하면 여자는 일단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그리고 남자가 하자는대로 모든 것을 해준 다음 그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 그 남자를 곧 바로 형사고소해서 처벌받도록 하고, 일체 만나지 말아야 한다.

죽은 다음 살인범에 대한 수사나 재판은 완전히 일방적인 게임이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는 모든 원인과 범죄의 동기, 살해방법 등에 관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등의 주장을 한다.

영순은 계속해서 사건을 검색해나갔다. 거액의 재산을 두고 이혼소송을 벌이던 남자가 교통사고를 위장해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남자는 부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도로 옆 방호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부인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매우 어려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에서는 남자를 고의적인 살인죄로 구속했다.

물론 살인죄의 고의를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은 가능하다. 이런 사건을 보면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심성이 악한 사람을 만나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잃게 된다.

그리고 부부 사이가 나빠지고 특히 이혼소송까지 하게 되면 절대로 단 둘이만 만나는 것도 위험하다.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영순은 수없이 고민을 해보았으나 공철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보였다.




100.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추락해서 죽는 것이 소원인 남자

 

공직선거법위반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도 처음에는 정국영 피의자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정국영이 어떻게 법을 지키며 살아왔는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무조건 아멘!’하고 정후보의 무혐의를 확신하게 되었다.

 

한편 시장선거에서 후보로 뛰고 있는 백상무는 시청에서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돈을 좋아해서 뇌물을 많이 먹었다는 루머가 확산되었다.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 관여하여 많은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특히 오피스텔 투자붐이 불었을 때, 오피스텔사업허가를 내줄 때 대가성 있는 금품을 받았고, 어떤 업자로부터는 오피스텔 한 채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젊은 연예인을 스폰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국영 후보와 가까운 김민첩 사장은 정 후보 캠프에서 기초 자료를 넘겨받고, 곧 특별팀을 구성해서 본격적으로 백상무 후보의 비리를 캐기로 했다. 김민첩 사장은 ‘백상무후보비리조사팀’의 부팀장으로 공칠을 임명했다. 팀장으로는 서울에서 낙하산인사로 특별채용된 고상홍 부장이 맡았다. 낙하산인사라고 하는 것은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김민첩 사장에게 부탁을 해서 김 사장이 하는 수 없이 고상홍 부장을 뽑은 것이었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경찰의 고위간부로 있었기 때문에 만일 김민첩 사장이 그 국회의원의 인사청탁을 거절했다가는 나중에 후환이 두려웠다. 고상홍부장은 서울에서 흥신소 일을 15년이나 해온 베테랑이었다. 무술도 유단자증을 여러 개 소지하고 있었다. 매일 새벽 6시면 4킬로미터를 뛰고 끊임없이 심신을 단련하고 있었다. 여자와 성관계하는 것도 체력 연마의 한 수단으로만 생각했지, 욕정을 채운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여자와 부득이하게 성관계를 할 때에는 몸을 아끼려고 절대로 사정을 하지 않고 참았다.

 

산악자전거 타는 것도 취미로 하고 있었다. 산악자전거를 스무 대나 모았다. 색깔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상홍은 평소에 자신은 험한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죽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그게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왜 산악자전거를 타다 죽는 게 소원일까?’ 상홍은 언젠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었다.

 

‘나는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추락하여 죽는게 소원이다. 자전거를 탄 채 산에서 떨어지면 그 추락의 쾌감은 두배로 배가된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것은 곧 복상사와 똑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럴 것 같으면 술을 많이 마시고 늙은 여자와 성관계를 광적으로 하다가 복상사를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쉬울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죽으려고 하느냐고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홍의 소신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다른 어드바이스를 하기는 어려웠다.

 

상홍은 45살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고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얼굴만 보아서는 65세는 최소한 되어보였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다닐 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술과 담배를 배웠는데, 그 때문에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쓰러진 사실이 있었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술과 담배는 평생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상홍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술과 담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충격으로 쓰러진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딸이 강간을 당했다면 충격으로 쓰러질 수 있지만, 아들의 술담배문제로 쓰러질 아버지가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실제 사건의 스토리는 이런 것이었다. 상홍의 아버지는 평생 술과 담배, 여자를 달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전도사의 인도에 안수를 받고 교인이 되었다. 몇 달 있다가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술도 끊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다만, 여자관계는 하루 아침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1년간의 집행유예기간이 허용되었다.

 

상홍의 아버지와 연애를 하고 있던 여자들은 갑자기 상홍의 아버지가 자신들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더러운 관계라고 하면서, 헤어지자고 하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나를 이용해먹고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하느냐?” 여자들의 이런 질문에 상홍 아버지는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혼인관계가 아닌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이런 답변에 여자들은 기가 막혔다.

“그런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 어디에 나옵니까? 확실한 증거를 대세요. 성경에 그런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여자들은 너무 황당해서 상홍의 아버지 말을 반박하기 위하여 신학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면서 성경에 과연 ‘결혼한 남자가 혼자 사는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성경 구절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신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며칠을 헤맸지만, 성경에 구체적으로 그런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의 성관계금지’ 구절을 찾지 못했다. 여자들은 상홍 아버지에게 그런 성경구절이 없다고 난리를 치자, 이번에는 “아내 이외의 여자와 간음하면 지옥에 떨어진대요.”라고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러면서 상홍 아버지는 성경 비슷한 책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는데, 그 책에는 마타복음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 중 이런 구절이 보였다. “너희는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 하는 성관계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남자와는 절대로 하지 마라.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 간음하면,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우니, 차라리 너의 눈을 빼버리는 것이 낫다.”라고 써있었다.

 

여자들이 “마태복음”은 있지만, “마타복음”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상홍 아버지는 “마태복음”은 초창기 때 생긴 것이고, “마타복음”은 그 후 사람들이 너무 성적으로 문란해서 하는 수 없이, 성적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특별복음으로 나온 것이며, 다른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상홍 아버지 여자 애인들은 하는 수 없었다. 성경에 나와 있는데도, 계속 상홍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었다가는 상홍 아버지 눈이 빠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같이 간음한 자신들의 눈알도 빠지게 되면, 정말로 좋은 사람 만나서 성관계를 할 때 극치의 쾌감을 볼 수 없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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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1)

공철은 공철대로 영순을 이해하지 못했다. 늙은 여자를 자신처럼 젊고 멋있
는 남자가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해주고 육체적인 서비스를 잘 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남자가 하라는 대로 하고 조용히 살아야지, 공철 이외
의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서로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철은 영순을 생각하면 세상이 정말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영순이 재산이 있다는 것 때문에 잘난 척하고, 남자를 우습게 무시하
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영순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철이 우연히 신문을 보니 이런 사건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은 남자가 스
무살된 여자 친구가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고 스킨십을 했다
는 이유로 그 여자를 무려 4시간 동안이나 폭행을 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다음, '옷을 벗고 바닥에서 자라'고 
말한 뒤 침대에서 혼자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자 친구는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남자는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였다.

공철은 그런 기사를 보면서, ‘뭐 이런 사람이 있나? 단순히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스킨십을 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때
리고 가혹행위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했
다.

정말 여자는 남자를 잘못 만나면 이렇게 된다. 남자의 폭력성은 여자로서는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할 때에는 알 수 없다. 그것은 그런 남자일수록 자신의 
폭력성을 철저하게 위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과사실도 숨긴다.

처음에는 보통의 남자보다 더 부드럽게 여자에게 접근한다. 더 따뜻하게 대
하고, 소프트한 음성으로 말하고, 여자를 위해 기사도정신을 발휘한다. 단지 
성관계를 할 때에만 아주 남성다운 본능을 발휘한다. 여자는 이런 남자의 겉
모습에 속아 속마음을 준다. 속정을 준다.

그러다가 시간이 가면서 남자의 본성이 나타난다. 아주 야만적인, 동물적인 
가해본능, 파괴본능, 사의 본능이 여자의 생명과 신체, 정신에 위해를 가하
고 파괴시킨다. 파멸시킨다.

공철은 혹시 영순도 공철을 상대로 고막을 파열시킨 것에 대해 고소를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공철은 영순은 절대로 자신을 형사고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영순이 돈이 있는 여자이고 사회적 체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뿐만 아니라 신문에 난 사건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어린 여자 친구를 상
대로 한 사건이었다. 나이가 어린 여자 친구를 둔 남자는 자연히 여자 친구
에 대한 의처증이 생긴다.

하지만 공철은 자신보다 28살이 늙은 여자를 애인으로 두었었기 때문에 의처
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의처증이라기 보다 단순히 남자로서의 자존심
의 문제였다.

그리고 늙은 여자가 성적으로 너무 밝히니 추하고 더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
다. 그래서 더러운 오물이 묻은 짐승처럼 생각하고 순간적으로 영순을 때렸
던 것이었다.

그러나 영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영순은 공철을 대할 때 전혀 나이 차이
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공철이 워낙 의젓해보였고, 말이 적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관계를 할 때 언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의식을 치
루었다.

그리고 영순의 입장에서는 공철에 대해 속정이 들을대로 들었다. 그리고 ‘
왜, 요새는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아?’라는 문자는 그냥 오래 전부터 편하게 
알고 지내는 남자 사장이었다. 공철을 만날 때 영순은 다른 남자를 만나기는 
했어도 성관계만은 공철하고만 했다.

그런데 영순의 해명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폭행을 가하고 일방적
으로 관계를 끊어버리고, 더 나아가 다른 젊은 여자와의 성관계 사진을 보내
서 복수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영순은 공철에 대해 복수
를 할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99.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평생을 살아온 남자

 

시장 선거운동과정에서 정국영 후보가 노인회 단체관광을 갈 때 100만원을 주었다는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에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자, 당사자인 정국영 후보와 노인회 총무, 노인회 회장은 모두 전면 부인에 나섰다.

 

정 후보는 자신은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총무 역시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회 회장도 당시 음료수값은 자신이 개인돈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정 후보는 노인회 총무에게 100만원을 현찰로 주었고, 그 돈을 가지고 노인회 회장과 총무가 상의하여 지역노인회 단체관광을 하면서 일부를 술과 음식, 음료수를 사는데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주고 받은 정 후보와 노인회 총무가 말을 맞추어 극구 부인하고 있으니 경찰로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노인회 회장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단체관광을 가기 며칠 전에 농협지점에서 200만원을 현금으로 찾은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그 돈 중 100만원을 자기 부인에게 생활비로 쓰라고 주었고, 나머지 100만원은 노인회 단체관광갈 때 사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노인회 단체관광 때 공금을 사용한 것은 모두 영수증이 있었지만, 100만원 중 35만은 여행지에서 그때그때 현금으로 사용했고, 나머지 65만원은 현재 노인회장이 보관하고 있다고 하면서 현금 65만원을 수사관에게 보여주었다.

 

노인회 총무도 말을 맞추어 노인회장이 진술을 뒷받침했고, 관광을 같이 다녀온 노인회원 중에서 몇 사람은 노인회장과 단짝이어서, 만일 노인회장이 내일이라도 돌아가시면 따라서 같이 천국으로 올라갈 정도여서 노인회장과 노인회 총무의 진술을 강하게 지지하는 사실확인서를 공증까지 해서 제출했다.

 

수사가 이렇게 진행되자 결국 경찰에서는 정국영 후보가 노인회에서 관광을 떠나는 날, 관광버스까지 올라와서 노인들 잘 다녀오고, 모두 120세까지 살아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는 분들이라고 극찬을 했던 사실은 있으나, 정국영 후보는 원래 법을 신주단지 모시는 것처럼 지극 정성으로 지키는 사람이어서 당선되기 위해 비겁하게 노인회에 돈을 줄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정국영 후보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법을 잘 지키는 모범시민이었는지를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수칙’을 스스로 터득해서 지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날이면 며칠 동안 영양분섭취를 중단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도 횡단보도 선 그어있는 곳에서 1센치미터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통 1~2미터는 선을 벗어나서 걷고, 특히 횡단보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횡단선을 크게 벗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정국영 학생은 저런 아이들은 나중에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판사나 검사’ 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횡단보도의 선 하나 지키지 않는 학생이 어떻게 ‘법과 정의’를 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정국영 학생의 소신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횡단선을 지키지 않고 빨리 요령껏 건넜던 친구들이 대부분 법집행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국영은 이런 비참한 사회현실을 보고 결국 이래서 성경에서도 ‘곧 말세가 온다’고 예언한 것이라고 믿었다.

 

정국영은 성년이 되어 술과 담배를 시작했을 때에도 반드시 마시는 술의 양과 피는 담배의 양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한번에 소주는 1병 반, 맥주는 10병 반으로 정해놓았는데, 만일 술자리에서 상사가 그 이상의 양을 권하면 목숨을 걸고 항명을 했다.

 

소주 반병의 계산방식은 약간 복잡했는데, 두변째 소주병은 마시기 전에 맥주잔 2개에 똑같이 따라놓고, 가지고 다니는 문방구용 자로 수평선이 정확하게 맞는지 재놓고 반의 양만 마셨다. 만일 실수로 반병을 마시다가 다른 반병의 잔을 마셔서 정확하게 마실 목표치가 계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실에 가서 그때까지 마신 소주를 모두 토해서 제로로 만들어놓고,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정국영도 사실 이럴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모범시민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심지어 여자와 잠자리를 할 때에도 자신이 정한 시간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사전 애무시간, 정식 교접시간, 사후 애무시간을’을 10분 단위로 나누어서 실천에 옮겼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런 원칙을 지키는데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정국영은 이런 여자들을 ‘개념 없는 여자’ ‘법을 지킬 수 없는 불쌍한 인간’으로 단정하고 계속해서 국영의 법과 원칙을 지키는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여자들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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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일단 광철은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남녀 사이의 문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습관에 따라 판단한다.

광철은 지금까지 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도 사업적 마인드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적 마인드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유혹하는 것이다.

지금 어렵게, 우연한 기회에 좋은 여자를 만났다. 자신 보다 10살이나 어리고, 경제적으로도 혼자 먹고 살 수 있는 여자다. 성격도 좋고, 외모도 괜찮았다. 속궁합도 맞았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자신에게 떨어졌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몇 번의 관계 이후에 갑자기 달라진 정옥의 태도에 광철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과 쉽게 터놓고 상의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다. 자신은 남자로서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옥이 자신을 우습게 보는 건지,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아무런 사정 변경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거리를 두는 것이 못마땅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한편 정옥은 어떤 입장일까? 정옥은 역학자가 광철을 소개했을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우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는 정옥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취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다를 것 같았다.

역학자가 소개시켜주는 의도도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일 것도 아니었다. 역학자는 겉으로 내놓고 말은 안 해도 이런 식이었다. ‘최 사장은 여자 혼자 살면서 힘들게 식당을 하고 있으니,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라.’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태도였다. 결혼을 전제로 소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막연했다. 일단 서로 잘 지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옥은 광철이 돈이 많다고 하니까 만나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소개를 받고 만나게 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옥은 100%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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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33)

명훈 엄마는 요새 아주 죽을 맛이다. 몸무게도 10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그동안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수없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빠졌다. 급성당뇨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았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명훈 엄마는 이번에 명훈이 임신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데, 갑자기 명훈 아빠 회사에 대해 검찰의 특별수사가 시작되었다. 잘못하면 회사가 부도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명훈 엄마가 운영하는 약국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고 방심했다가는 인근 경쟁약국에서 손님을 다빼앗아갈 상황이었다. 약국을 경영하는 약국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손님이 많아 큰 돈을 벌고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약국이 잘되는 위치에는 수많은 약국들이 우후죽순식으로 들어서서 경쟁이 심해진다. 그리고 약사를 고용하면 그 월급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비약사를 고용하면 약사법위반으로 즉시 고발된다.

약국에 대한 건물임차를 위해 내는 임대차보증금, 권리금, 월세, 관리비, 인건비 등등을 계산하면 겉으로 남고 뒤로 미찌기도 한다.

명훈 엄마는 요새 잠도 잘 못잤다. 원래 불면증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심해서 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잠에 들지 못했다. 너무 약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때로는 술도 마셨다.

원래 술이 약해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독한 술을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도 않고 속만 아프다.

오늘도 밤 11시경 술을 마시고, 겨우 눈을 붙이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혹시 검찰청 아닌가 싶어 떨리는 가슴으로 받았다. 목소리가 매우 날카로운 중년 여성이었다.

“여보세요. 명훈 씨 어머님 되시지요. 저는 아드님에게 강간 당한 여자의 친구되는 사람인데요. 며칠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합의를 하지 않고 있는 거지요? 명훈 씨가 부모님께 말씀드려 곧 합의한다고 그랬는데요.”
“뭐라고요? 강간이라고요? 우리 아들이 강간을 했다고요? 무슨 말이예요?”
“이상하네요. 아드님이 말 안하든가요? 벌써 보름이나 지났는데요. 빨리 배상하지 않으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겁니다. 아드님과 상의하고 연락주세요. 제 번호는 지금 찍혀있지요?”

하마터면 뇌출혈이 일어날 뻔했다. ‘강간이라니! 명훈이가 강간을 했다니? 명훈아! 이 불쌍한 인간아! 너도 사람이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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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0)

남편을 복상사로 잃은 영순(63세, 가명)은 시간이 가면서 세상이 몹시 허망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인생은 대단히 짧고, 그 짧은 인생 연애도 못하고, 자식 때문에 속이나 썩으면서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음식 잘하는 식당이나 다니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나 다니고 있던 중에 공철을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던 것이다.

공철이 영순과 연애를 한 것은 공철이 35살 때였다. 무려 28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했던 것이다. 공철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좋았다. 나이 든 여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두 사람은 그래서 자주 만나 잠자리를 했다. 공철이 영순과 연애를 한 것은 영순의 돈을 보고 한 것은 아니었다. 공철은 영순이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남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공철이 잠자리를 하고 골아떨어지면, 영순은 잠을 자지 않고 앉아서 공철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그런 영순의 자상함과 따뜻함에 공철은 감동을 받았다.

진정으로 공철을 위해주고, 걱정하고, 이해해주는 여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공철은 영순이 나이 든 여자로서 공철과의 성관계에 탐닉하는 것을 보고 영순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더 많은 시간 헬스장에 가서 체력단련을 했다.

더 남자답게 보이기 위해 헤어스타일이며, 옷패션에도 신경 쓰고 향수도 프랑스 향수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순의 핸드폰에서 어떤 남자가 보낸 이상한 문자를 보게되었다. ‘왜, 요새는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아?’라는 문자였다.

공철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영순을 만나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다구쳤다. 영순은 갑자기 당황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잘못 보낸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공철은 영순을 뺨을 때렸다. 너무 잘못 때려서 영순의 왼쪽 고막이 파열되었다. 몇 대를 더 때렸다. 영순의 코에서 피가 터졌다. 얼굴에 멍도 들고, 영순이 악을 쓰고 달려들자, 공철은 그 자리를 피했다.

일주일 동안이나 서로 일체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이런 관계가 되자 영순이 더 견딜 수 없었다. 공철은 영순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에 만났던 일식당 종업원으로 같이 일하던 30살 먹은 젊은 여자와 정사를 벌이는 사진을 찍어서 영순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영순은 그 사진을 보고 돌아버렸다. ‘아~ 이 젊은 놈이 나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구나! 절대로 가만 둘 수 없다.’ 영순은 일단 공철에서 문자를 보냈다. ‘빨리 그 여자를 정리하고,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공철은 공철 나름대로 영순이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러한 문자를 무시했다. 그러면서 다른 젊은 여자들과 연애를 하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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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69)

단골로 일식당에 오는 손님 중 예쁘고 세련된 여자 손님이 있으면 그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방장 몰래 온갖 서비스를 해준다.

예를 들어서 그 여자가 친구와 둘이서 와서 생선회를 시키면 공철은 서비스라고 하면서 4인분을 더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주방장 감시가 심한 날에는 일 시작하기 전에 몰래 감추어두었던 회를 가져다 주거나, 아니면 다른 손님들이 먹다가 남기고 간 것을 모았다가 서비스로 가져다주었다.

올 때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환심을 사고, 정철로부터 꾼 돈까지 써가면서 대쉬를 해서 꼬신 여자 손님이 정철이 아는 케이스만 해도 다섯 명은 될 정도였다.

그 중에 한 손님은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놓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돈이나 쓰러다니는 여자였다. 그 여자는 60살이 넘었는데, 어떻게 공철과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 여자는 공철에게 열심히 일을 해서 기술을 배우면 나중에 횟집을 하나 차려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 여자의 남편은 돈을 많이 벌고 있었는데,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만 좋아했다. 특히 젊은 여자라면 사죽을 못썼다. 그리고 운동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담배로 평생 피었다. 취미는 낚시가 유일했다. 낮에는 강가에 가서 고기를 낚고, 밤에는 술집에 가서 인어(人魚)를 낚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25살 된 여자와 모텔에 가서 뜨거운 정사를 벌였는데, 오래 된 고혈압과 당뇨 등 때문에 그랬는지 천만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는 복상사를 일으켜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여자 손님은 남편이 태생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혼 초에 매일 밤 아내에게 요구를 해서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밖에서 그짓을 하라고 하고, 더 이상 남편과 관계를 하지 않았다. 다만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막판에 복상사로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문상객들에게 차마 그런 사실을 공표할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1인방송에 나가거나 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갈 위험이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명예에 누가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왜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느냐고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고 자꾸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남편께서 밤낚시를 가셨는데, 생애 처음 50센치가 넘는 월척을 낚았습니다. 그래서 밤에 너무 흥분하셔서 심장쇼크를 일으키셨습니다.’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남편을 잘 아는 가까운 친구들은, ‘월척은 무슨 월척! 밤낚시가 아니고 여자낚시였겠지. 너무 싱싱한 월척을 안았으니까 쇼크가 왔겠지!’라고 상상했다.

여자는 남편의 미스테리한 사망원인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상객들에게 사인을 설명하면서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묘한 미소를 띄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남자가 그 짓을 하다가 갑자기 죽으면 행복할까, 아니면 심한 고통을 느낄까 하는 것이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아래에 있던 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것이 알고 싶었지만, 당시 같이 작업에 참여했던 성명불상자 젊은 월척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부검한 의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은밀하고 민감한 성적 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의사등에게 공개적으로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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