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순수를 위하여>

 

 

솔향기 가득한 곳에서

한때 뜨거운 열정이

숲 전체에 퍼진 적이 있다

 

너는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고

나는 거역할 수 없는 시간에

날개를 접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낯선 이방인들의

뜻모를 언어에 부딛힌다

 

어둠이 깔리며

사랑과 미움이 뒤엉켜

수많은 상처를 뿌리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이

사랑 같은 운명이

서로를 짓밟은 채

허공을 보고 있다

 

언젠가 모든 기억마저 사라지고

우리는 고독의 빙점에 서서

얼음처럼 차가운 독백을 읇조리며

삶을 갈기갈기 찢으며 해부하리라

 

그곳에서

오직 하나의 붉은 순수

사랑의 진실만이 불타는 장면을 만나고

그동안 흘렸던 숱한 눈물이

위선의 표피였음을 인정하고

뿌리 없는 사랑의 부존재 앞에

허망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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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포도가 익어가는 시간

밭 모퉁이에서는

사랑을 따는 소리가 들린다

 

넝쿨에 가려진 그늘을 따라

익숙한 표정들이 이어지고

질긴 가지로 엮인 두 가슴이

몸부림치고 있다

 

그렇게 뜨거웠던 것이

한때 감동을 주었던 것이

무엇 때문에 식어가고

무엇에 의해 침몰했을까

 

 

사라지는 것은

미소와 음성뿐일까

이름까지 가물거리고

추억은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넜다

 

그렇다고 미안한 것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후회할 것도 아니다

단지 서글픈 것은

네가 진실하지 않았다는 것

우리가 사랑 앞에서

너무 벌거벗고 있었다는 것

사랑을 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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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겨진 것>

 

 

삶의 색깔을 찾아

방황했던 시간들

그곳에 뿌려졌던 꽃잎들이

허망한 모습으로 잠들었다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서

너의 가슴을 붙잡고

태양마저 상실한 채

꿈속에서 통곡을 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우리들이 남겼던

아픔은 무엇이었나

슬픔은 무었이었나

 

너를 받아들이지 못해

나를 쏟아붓지 못해

쌓았던 탑을 무너뜨리고

폐허가 된 정원에서

다시 고독을 껴안고

가을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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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사랑>

 

 

네가 좋아서

무작정 좋아서

마냥 이끌려갔다

 

그곳에는 꽃잎이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선명한 꽃잎이

 

사랑이 진한 슬픔을 몰아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달빛에 가린 사랑을 찾는다

 

아픈 사랑을 위한 눈물의 축제다

잡을 수 없어

만질 수 없어

그리움만 더하는 사랑

 

 

꽃잎이 비에 젖는다

소리 없이 떨어진다

 

그래도 행복했던 건

너도 사랑했기 때문이야

네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야

 

헤어진 건

우리의 잘못이 아냐

우리는 우리를 사랑했어

사랑도 사랑을 사랑했고

 

미완의 사랑이

사랑의 그림자를 지우고

슬픈 사랑이

아픈 미소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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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건

 

창밖에 바람이 부네요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당신을 사랑했던 시간들이

꿈속에서 낙엽과 함께

저 멀리 사라져갔어요

 

가을은 사납게

우리 사랑을 깨뜨렸어요

거센 파도처럼

불꽃을 꺼버렸어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거친 황야에는

바람만 불고 있네요

 

이제는 벗어날 거예요

당신 때문에

오직 한 곳을 바라보면서

진한 그리움으로

힘든 안타까움으로

밤을 지새웠던

가을의 언덕에서

저 아래로 내려갈 거예요

 

 

그래도 잊지 못하는 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당신을 사랑했던

가슴이 너무 뜨겁게

당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예요

 

당신이라는 파도 속에 들어가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도

처음이었어요

사랑을 잃어버리고

가을 내내 눈물을 흘렸던 것도

정말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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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꽃>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소리 없이 찾아온 사랑

이 밤이 새도록 부둥켜안고

울어야 할 아픈 사랑

 

아무 것도 해준 거 없이

빈손으로 빌기만 했어

우리 사랑이 아름답기를

오래 오래 영원하기를

달을 보고 소원했어

 

 

소나무 아래서 맺은 사랑

강물 깊숙이 뿌리 내리고

사랑은 저 혼자 깊어만 갔어

아무리 붙잡으려고 애써도

저 멀리 떠내려갔어

 

얼마나 아픈지 몰라

가슴을 내리누르는 사랑의 무게가

너와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해

그래서 심장이 타오르는 거야

너 때문에 하나의 연꽃이 피었어

 

<커피 한잔을 놓고, 색소폰 연주를 듣는 밤이다. 작은 호수에서 본 하얀 연꽃을 떠올린다. 그곳에 사랑이 있었다. 우리들의 슬픈 사랑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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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너였다

 

 

봄날 아침 새소리와 함께

내 가슴을 열게 한 건

너의 은은한 음성이었다

바로 너였다

 

저녁 노을을 맞으며

바닷가를 걷고 있을 때

파도보다 더 격한 느낌을 주었던 건

너의 연한 미소였다

바로 너였다

 

 

떨어지는 낙엽을 밟던 시간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걸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걸

내 살 속에 깨알처럼 심어준 건

너의 따뜻한 손이었다

바로 너였다

 

눈이 하얗게 쌓인 날

길다란 고드름에 날이 서있어도

내가 썰매를 타고 다가갈 곳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향할 곳은

오직 너 하나뿐이었다

그건 바로 너였다

 

<너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건 생명의 법칙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이유다. 인간은 언제나 또 다른 인간에 의해 내면이 충실해지며, 허약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랑이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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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과 썰물>

 

 

바닷가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출렁이는 물결 때문에

우리는 살아있음을 덩달아 느낀다.

 

바다 속에 있는 물고기는 볼 수 없다.

오직 갈매기만 보인다.

 

영원 앞에서

너무 짧은 시간 속에

너와 내가 있다.

 

존재는 오직 의식해야 인식된다.

멍한 상태에서

조개들의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랑은 언제나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간다.

 

남겨진 것은 파도가 할퀴고 간

모래 위의 주름들

삶의 애환이 모든 틈새를 채운다.

 

바다 위로 둥근 달이 떴다.

달빛에 젖은 두 마음이

꼬옥 껴안은 채

술을 마신다.

 

<바다를 보며 사랑을 찾는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사랑 때문에 아팠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도 사랑은 떠나지 않았다. 떠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고독을 물고 높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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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월광소나타>

 

 

짙은 구름 속에 사랑이 숨었다

언제 나타날까 가슴 조린다

사랑 때문에 오늘도 잠 못이룬다

 

뿌연 하늘을 본다

곧 비가 내릴 것이다

비는 하늘에서 내린다

 

너는 비를 맞으며 왔다

소리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왔다

어둠 속에서 나는

너의 발걸음을 듣지 못했다

 

마주 선 사랑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뜨거운 사랑은 빗물을 눈물로 바꾼다

 

비에 젖은 꽃잎들이 처량하다

웃음을 잃은 채

두 팔을 벌리고 누워

밤하늘을 본다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

상실된 사랑을 되찾는 것

우리는 사랑의 존재와 부재를 탓하지 않는다

 

빗방울이 피아노 건반 위에 튄다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우리 사랑이 춤을 춘다

잠시 비가 그치고

달빛에 젖어

월광소나타가 울려퍼진다

 

너의 미소를 그리려고

붓을 움직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비에 젖은 깊은 곳에서

작은 생명이 느껴진다

 

 

<빗속에서 그리움을 찾으려고 애썼다.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눈을 감은 채 아픈 추억을 어루만졌다. 손에 잡힌 것은 차가운 감각뿐이었다. 비를 맞는 건, 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방금 쓴 시다. 창밖에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비가 내린다.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꿈속에서 월광소나타를 듣는다. 한폭의 그림을 그린다. 너의 음성과 미소를 붓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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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배

 

 

사랑이 무서운 걸 아세요

스스로 만든 굴레

답답한 멍에에 묶여

혼자 우는 거예요

 

당신은 몰라요

내가 왜 그러는지

당신 때문도 아니예요

사랑 때문도 아니예요

모두 나 때문이에요

 

 

당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고여요

보고 싶을 땐

가슴이 아파요

어쩌지 못하는 난

정말 바보예요

 

사랑하지만

밤배에 몸을 실었어요

아주 멀리 떠날거예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내 마음을 보낼 거예요

그곳에서

당신만을 그리워할 거예요

 

<진한 사랑을 나누고,

기약 없이 떠나는 신세!

그건 처량한 배처럼 버려진 거예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아주 초라한 실존의 꿈같은 사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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